[한국경제신문 창간31돌] 금융개혁 : (기고) 정해왕 부원장

정해왕 국민소득 1만달러, GNP 세계12위로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도 나름대로 선진국수준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외형적인 면에서 선진국대열에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생활과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금융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진정 그것은 껍질뿐인 선진화에 그칠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융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금 60년대이후 경제개발과정에서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수출산업.중화학공업등 정책적 우선지원부문으로 집중시킬수 있도록 금융을 운용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기업이나 가계등 금융수요자들로부터 다른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의 견인차에서 실물경제의 발전이나 국가경쟁력강화의 걸림돌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받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의 선진화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자율화.개방화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의 어느나라 금융시장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단계까지 성장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양적인 신장은 물론 질적인 고도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경쟁의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금융산업의 효율성및 경쟁력을높이는 일이 첩경이라고 할수있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이래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신경제 5개년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히 금융개혁과 금융선진화에 역점을 두어왔다. 이에따라 금융부문에서는 과거와 같은 정부의 지시.통제를 지양하고 자율과경쟁의 시장원리가 정착될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제도개편이 꾸준히 추진되고있다. 먼저 금융자율화를 위해 정부는 91년 작성된 "금이자유화 4단계계획"을 조기 시행하는 한편 "은행장추천위원회"의 도입을 통해 은행장인사를 자율화하고 은행자산운용을 제약하는 각종 정책금융과 여신관리제도를 개선하여 왔다. 금융산업의 대외개방을 위해서는 94년 "3단계 금융개방계획"을 작성, 추진함으로써 국제금융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기업의 해외자금조달및 운용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아울러 금융개혁의 요체라고 할수있는 금융실명제를 과감히 시행함으로써 종래의 금융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우리나라금융의 선진화기틀을 마련하였다. 첫술에 배부를수 없듯이 금융의 선진화를 하루아침에 이룩할수는 없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융개혁이 마무리될때 쯤이면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훨씬 선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의 선진화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금융관련종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이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때만 이룩될수 있다. 먼저 금융인들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수 있도록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배양해 나가는데 힘써야 한다. 베어링사의 파산이나 다이와은행의 금융사고를 거울삼아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산업을 첨단서비스의 공급자인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전문인력의 양성, 파생금융상품시장의 육성, 전자화폐를 비롯한 새로운 지급수단의 출현에 대비한 지급.결제제도의 정비등 금융하부구조의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신용사회의 구현 또한 금융선진화를 위해 빠뜨릴수 없는 과제라고 여겨진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예년처럼 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및 신용대출의 확대가 주요 관심사항으로 부각되었듯이 중소기업대출은 대기업 대출보다는다소 높은 금리를 받을수 있기 때문에, 또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융의효율성을 높일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