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화재 반환

인간의 가치튼 결국 문화의 가치로 귀결된다. 문화의 가치는 문화재라는 형상으로 구체화되어 후세에 전해 지게 된다. 문화재는 곧 한 민족이나 국가의 문명국여부를 판가름해 주는 척도가 된다. 그런데 지난달 강대국들은 고대문명국들을 침략하거나 강점했을 때마다그들의 문화재를 약탈하거나 밀반출해나가 자기네의 것인양 자랑해왔다. 파리의 루브르미술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등의 전시실을 둘러 보면 마치 고대문명국들에 온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그 전형이라 할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들을 가리켜 "약탈문화재전시관"이라고까지 혹평하기도 한다. 2차대전 이후 조상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자각한 고대문명발상지 국가들은 줄기차게 약탈 내지는 밀반출 문화재반환운동을 벌여 왔다. 그동안 1954년 헤이그협약, 70년 유네스코협약, 81년과 87년의 유엔총회결의, 95년 로마협정 등으로 문화재 원소유주국 반환원칙이 국제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나 강대국들의 외면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원소유주국들은끈질긴 소송과 협상 끝에 문화재를반환받기로 했다. 그리스는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발로란으로부터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시련을 담고 있는 석관을 되돌려 받았는가 하면 터키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소장의 키리아보물이 포함된 문화재들을 5차례나 반환받았고 또 이집트는이스라엘로부터 기원전4000년전후의 시나이반도 발굴유물을 되돌려 받았다. 그동안 반환논란이 일어나 관심을 불러 일으킨 문화재들도 적지 않다. 원소유주국인 터키-유물발굴 소장국인 독일-2차대전중 독일에서 약탈해간러시아간에 분쟁이 있어도 고대트로이유물을 비롯 소련군이 2차대전중독일에서 강탈해간 브레멘 컬렉션과 쾨리히 컬렉션(원소유주국 네덜란드). 터키에서 밀반출해 간 베를린박물관 소장의 페르가몬테우스제단과대영박물관 소장의할리카르낫소스 마우솔루스능묘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동안 한.일정부간에 반환이 논의되어온 초대조선총독 레나우치 와사카케소장문고의 일부가 반환된다는 소식이다. 일본에 유출된 2만9,637건중 극히 일부인 98종 135점에 불과하데다 고구려신라 고려시대의 사료들이 제외된 조선시대의 것만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의미밖에 찾을수 없으나 유출문화재 반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선 그 의의를그런대로 인정해야 될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