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작품성보다 실용미 중시' .. 96 서울컬렉션

서울을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에 못지 않은 세계적 패션중심지로 만들자는 야심찬 의도의 "96 봄여름 서울컬렉션"이 7~8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회장 안지히)가 "카프다컬렉션"이라는 명칭을 바꿔 개최한 올해 행사의 특징은 작품으로서의 의상보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발표한 것. 고객에게 보다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무대는 모두 내년봄 일반에 시판될 의상으로 꾸며졌다. 전체적으로 흑백의 조화와 광택있는 소재의 사용,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이 눈에 띈 이번 서울컬렉션의 첫날 발표자는 이윤혜 한상원 김연주씨. 둘째날에는 오옥연 김혜정 안지히씨가 2.4.6시 차례로 자신의 96춘하컬렉션을 발표했다. 첫테이프를 끊은 이윤혜씨(이느와컬렉션)는 상하를 흑백으로 크게 나눈 소매없는 원피스로 주목받았다. 가슴을 뒤덮은 커다란 코사주가 포인트. 한상원씨(한상원부티크)의 대표작은 소매에 프릴을 단 타이트원피스. 단순한 윤곽에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김연주씨(김연주부티크)는 브이존을 깊이 파고 단추 5개를 빽빽이 붙인 은색 광택재킷을 내놓았다. 60년대 복고풍과 현대적이미지를 잘 조화시켰다는 평. 오옥연씨(엘리패션)는 흑백대비가 강렬한 투피스를 내놓았다. 검정바탕에 굵은 흰색스티치로 장식한 칼라, 흰 바탕에 검정스티치로 장식주머니를 만든 몸통으로 다소 딱딱하지만 품격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안지히씨는 검정광택소재로 옆을, 흰색실크로 앞뒤판을 구성한 대담한 옆트임원피스를 내놓았다. 아오자이(베트남 민속의상)를 연상시키는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과 원색의 이국적인 그림이 강렬하고도 섹시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1961년 설립돼 디자이너단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초대회장은 국제복장학원 설립자인 최경자씨. 현재 회원은 회장 안지히씨와 부회장 김연주 이윤혜 전규삼씨등 25명. 카프다컬렉션에서 서울컬렉션으로 이름을 바꾼 올해 행사에는 한상원(한상원부티크). 김혜정(네오킴)씨가 새로 참여했다. 회장 안지히씨는 "카프다컬렉션이라는 명칭이 일반에게 다소 낯설고 지엽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도시이름을 붙이는 것이 세계에 한국패션을 알리는데 유리해 컬렉션의 명칭을 바꿨다"며 이름에 걸맞는 컬렉션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