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자유화 실천 돌입..APEC회담 '행동지침' 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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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권의 21세기 이정표가 수립됐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18개 회원국정상들이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폐막하며 내놓은 "행동지침"(Action Agenda)이 바로 그것이다. APEC 정상들은 이날 행동지침을 채택하면서 이제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는구상단계에서 실천단계로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이 행동지침을 기준으로 APEC 각 회원국들은 내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다시만날 때 "행동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APEC는 97년 1월부터 이 행동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해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의 경우 2020년까지 역내 무역및투자자유화를 마무리한다는게이번 오사카회담에서 정상들이 확정한 일정표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회원국 정상들은 행동지침에 담긴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초기가시화 조치"들을 내놓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초기가시화 조치중 압권은 중국의 무역개방조치. 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은 폐막기조연설에서 "내년부터 전반적인 관세수준을 30%정도 인하한다"며 지난 79년 경제개혁작업에 착수한뒤 가장 높은 강도의시장개방계획을 발표했다. 강주석의 이 발표는 오사카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불참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결실에 손상이 있을 것으로우려됐으나 중국의 메가톤급 선언이 이런 우려를 께끗이 씻었다는게 이번 회담참석자들의 평가다. 강택민주석도 "중국의 조치가 APEC회원국간 경제협력과 무역.투자자유화를 앞당기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외경제합작부의 한 관리는 이와관련해 "관세 인하대상은 중국의 6,000여 수입품중 4,000개정도의 품목이 포함되고, 현재 35%선인 수입품의평균 관세율이 24-25%로 낮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 고어 미부통령도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해 미국이 꾸준히 제시한개방권고안을 중국이 드디어 받아들였다"며 강주석의 발표를 환영했다. 일본도 697개 품목의 공업및 광업제품에 대한 관세인하를 당초 계획보다2년 앞당긴다는 것을 이날 APEC 정상회담에서 초기가시화 조치로 발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총리는 "9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섬유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분야의 관세인하계획을 내년 4월로 앞당기겠다"고 선언하며 이 조치가 "일본에게는 100억달러 상당의 관세수입감소를 가져오겠지만 APEC회원국들에게는 대일 수출확대에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동차검사및 세관절차 간소화 APEC회원국에 대한 상용비자발급절차 간소화 동물검역시설 개선 등을 포함한 50개항의 새로운 규제완화를 일본의 초기가시화 조치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회원국 정상들은 대체로 새로운 내용없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이행 또는 각국별 개방화전략 차원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항들을 초기가시화 조치로 묶어 발표했다. APEC정상들은 지난 93년 미국 시에틀에서 열린 1차회의에서 경제결속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선언을 통해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번 오사카 3차 정상회담에서는 목표달성을 위한 실천강령을 수립한 셈이다. 그러나 이 실천강령, 즉 행동지침이 강제성이 없고 각회원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도 많아 앞으로 이행단계에서 적지않은 불협화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혐의체수준에 머물러 있던 APEC가 멸싱상부한 세계최대 경제공동체로 발전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블록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흐름에 수동적으로 맞서는 수단으로만 남아 있느냐는 것은 이 불협화음이 조율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농업분야의 예외없는 자유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심지어 APEC 탈퇴가능성까지 내비쳤던 호주의 폴 키팅수상은 이번 오사카정상회담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APEC회원국들은 보다 체계적인 관계로 결속해야될 것 같다. APEC가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