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국의 선두주자들] (7) 소설가 이문열씨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세계무대에 제일 많이 알려진 소설가. 문학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킨 천재적 이야기꾼. 작가 이문열씨(48)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끝이 없다.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000만권이상 팔렸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권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유럽권 에이전시인 프랑스 악트쉬드 출판사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97년 1월부터는 미국내 출판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그는 등단 17년만에 한국문단의 거봉으로 솟아올랐지만 "세계 거장들에 비하면 아직도 목록이 빈약한 신인"으로 자처하며 날마다 밤잠을 설친다. "한국문학이 해외에 많이 알려지고 작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 일이 우선이죠. 올해에는 바깥일을 줄이고 글쓰기에 보다 주력, "변경" 3부를 완결지을 생각입니다. 86년 연재를 시작했으니 10년만이죠. 9월까지 끝낸 다음 1, 2부를 보완해서 연말께 완결판으로 내놓을 작정입니다" 작품에 대한 "미련할 정도의 미련" 때문에 끊임없이 개작하는 버릇이 있다는 그는 언젠가 "변경"을 3개의 독립된 이야기로 다시 다듬을 계획도 갖고 있다. 작중인물 인철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 및 예술가 소설과 영희를 주인공으로 하는 세태소설, 명훈을 내세운 시대소설로 나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 그는 교수생활 (세종대 국문과) 2년째를 맞아 강단 체험을 바탕으로 한10권짜리 현대문학 "교재"도 만들고 있다. "서양의 현대문학작품을 주제별로 묶어 내는 겁니다.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서양문학작품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죽음이나 성장, 사랑에 관한 중.단편을 모아 10권으로 엮고 해설과 작품론을 곁들일 생각입니다"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함께 이룬 그도 성장과정은 상처로 가득했다. 가난 때문에 중.고.대학 과정을 모두 중퇴했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감내해야 했던 고통 또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처는 그의 작품에 "체험적 사유"의 자양분으로 쌓였다. 동시대 사람들의 운명을 애정으로 감싸면서 미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낙천성은 21세기 한국문학의 또다른 좌표이기도 하다. "광복 반세기를 넘긴 지금 역사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몫에서 "해결해야 할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젠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죠. 통일시대의 우리문학이 짊어진 과제도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