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폭설...홍수...세계 기상 이변 속출

올들어 세계 각국에는 전례없는 살인적인 혹한과 폭설, 홍수가 잇따라 내습,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낳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등에 닥친 이같은 기상이변들이 세계기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증거라는 경고들이 쏟아져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올 겨울에 엄습한 혹한으로 약 400명이나 사망했다. 카자흐스탄 북부에는 연초에 눈보라가 덮쳐 최소 1백13명이 사망했다. 유럽과 일본에는 최고 2미터에 이르는 폭설과 폭우가 강타, 십수명의 인명피해와 교통 통신두절사태를 초래했다. 특히 스페인은 4년동안 가뭄에 시달리던 끝에 약2달간 집중호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 숱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냄으로써 "40년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미국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손실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일 미네소타주북부에는 혹한이 엄습, 영하 51도까지 내려가 97년만에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 5일에는 휴양지인 플로리다주의 수은주를 영하 20도까지 떨어 뜨렸다. 농부들은 이에 대비해 감귤류와 딸기 채소류에 물을 뿌려 얼음막을 만들어식물들의 보온작업을 서둘렀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정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초에는 북동부지역에 70년만에 최대규모 폭설이 내린 다음이상난동으로 녹아내린 눈이 홍수로 돌변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올들어 최근까지 2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다. 재산손실면에서도 최근 닥친 혹한으로 플로리다주의 오렌지와 자몽농장들은막대한 타격을 받았고 중서부 곡창지대의 겨울밀도 발아기의 싹이 상당수 동사, 수확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내린 폭설의 피해는 미동부 10개지역에서만 보험금이 10억달러 이상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소매업 매출부진, 제조업생산감소 세수감소 등을 합치면 피해액은 약 170억달러로 늘어난다고 한 민간연구소가 집계했다. 이번 달에 닥친 혹한 피해는 이보다 더욱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홍수로 딸기농장에서만 최소 1억5천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기상학자들은 이상기후의 주범으로 "엘니뇨"(페루연안 해수온도상승)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작년까지 기록적으로 5년넘게 지속된 엘니뇨현상으로 아프리카와 남미북부의 한발, 허리케인의 빈발, 남미 서안지역의 홍수 등을 초래했다고 미국립대기연구소의 케빈 트렌버스씨는 4일 말했다. 또 올들어 미국에 내린 폭설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열대지방의 수온이 상승, 대기중의 습기를 흡수해 미국에 겨울폭풍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영국학자들은 연초 지구온난화와 관련, 지난해 지구평균온도가 평균치보다 0.4도 높은 14.84도를 기록, 사상최고에 달했다고 발표했었다. 지난달초 로마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에서도 지구에서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자구책을 논의했었다. 이같은 여러회담과 연구결과 기상학자들은 미국의 혹한과 폭설, 북아프리카의 한발, 기타지역의 대홍수 등을 지구온난화및 엘리뇨현상에 의해 갈수록심화되는 이상기후사태로 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금년의 이상기후현상들을 "지난 10년간 기후가 극단으로 나타나는"조짐의 한 단서로 미국립기상자료센터의 톰칼박사는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