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송전시스템 개발 본격화..한국전기연구소, 상업화 착수
입력
수정
송전수송망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고품질의 전기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수요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가변송전시스템(FACTS) 개발연구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소는 지난해말까지 2년간 3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연구해 왔던 이시스템의 기본기술을 토대로 올해 상업화가 가능한 부문의 축소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활동에 착수했다. FACTS는 전력기기 전력전자 컴퓨터통신및 전력용 반도체소자응용기술등 최첨단 기술이 복합된 대형 고효율 송전시스템. 이 시스템개발의 핵심은 교류전력계통의 전류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송전선의 선로 임피던스나 선로양단간의 위상각차를 제어, 송전설비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전기연구소가 최첨단 가변송전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은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한 송전선로의 건설이 용이치 않은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매년 10%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06년께 최대전력수요는 4만6천MW선에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발전설비규모도 현재보다 2배이상 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기를 생산지에서 수요지로 수송하는 송전선로의 건설은 앞으로 적잖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적인 제약은 물론 지역이기주의추세가 강화돼 송전선로의 경과지선정및건설허가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송전선로를 충분히 확보한다하더라도 송전계통이 대규모화 복잡화되면서 좋은 품질의 전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될 우려를 안고 있다. 현재 주종을 이루고 있는 교류송전계통은 전력의 흐름을 제어하기 어렵고 부하가 변함에 따라 선로전압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떨어지는등 전압안정도를유지할 수 없는게 단점이다. 즉 두 지점을 잇는 어떤 송전선에 일시에 높은 부하가 걸리면 전기적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전기특성상 별도의 장치가 없으면 다른 송전선으로 우회하지 못해 수요지에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을뿐더러 전기품질 또한 나빠지게 된다. 어떤 도로에는 자동차가 밀려있고 다른 도로에는 자동차가 한대도 없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한여름 가정의 형광등 불빛이 갑자기 흐려진다면 송전선로의 전기적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FACTS는 이같은 전기적 병목현상을 해소해주는 교통경찰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송전선로에 전기가 밀린다 싶으면 순식간에 우회선로로 통하도록 교통정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차선한개를 더 주는 가변차선제와 유사한 형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장치는 전기흐름을 조절해주는 사이리스터제어 직렬콘덴서와 어떠한 조건변화에도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정지형 동기조상기이다. 전기연구소는 오는 2000년까지 1단계로 1백50억원을 투입, 10MVA급 모듈화기술을 개발하고 이후 2005년까지 2백30억원을 들여 1백MVA급 설비제조및 운영기술개발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미 전력연구소와 기술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등 국제공동연구도 활성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실용화될 경우 전력수송설비 이용률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태규박사(전력계통연구부.공학)는 "송전설비를 늘리지 않고도 고품질 전기의 수송효율을 30%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변승봉전기연구소소장은 "우리나라는 매년 3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신규발전소및 전력설비건설에 쓰고 있다"며 "FACTS를 실용화할 경우 국가적으로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