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류 진통 '유리', 로테르담 영화제 참가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보류로 진통을 겪고 있는 양윤호 감독의 "유리"(하명중 영화제작소)가 제26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초청은 바우터 바렌드레히트 로테르담영화제선정위원이 최근 한국을 방문, "유리"의 기술시사회에 참석한 뒤 유치의사를 밝혀 이뤄진것. 그는 "신인감독인데도 재능이나 화면구성 능력이 뛰어나다"며 "특히 신선한 영상미와 파격적인 실험성이 돋보인다"고 호평했다. 카나다에 살고 있는 박상륭씨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수도승 유리 (박신양)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구도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그의 누이동생 (이은정)과 촛불승 (문영동), 유리의 사랑을 갈구하는 요니 (장송미)의 농도짙은 연기가 더해진다. 공륜은 영화속의 혹독한 수행과정과 노골적인 정사장면 등이 특정종교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차심의를 보류했으며 불교계와 학자 문인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도록 권고했다. 하명중 영화사측은 "심의보류때문에 영화개봉이나 해외배급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로테르담영화제 초청을 계기로 공륜의 시각도 바뀔 것"이라며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97년 1월 개최될 로테르담영화제는 세계 4대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경쟁 국제영화제. 우리나라에서는 93년 "경마장 가는 길"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첫사랑", 95년 "서편제" "그섬에 가고싶다" 등이 출품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