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대공방전" .. 현대 '티뷰론'에 기아 '엘란'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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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은 겉모양만 스포츠카 형태를 갖춘 스포츠루킹카( Sports-Looking Car )지 결코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카는 아니다"(기아자동차) "엘란처럼 배기량이 1천8백cc에 불과한 스포츠카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다. 겉모습만 스포츠카 형태를 갖춘 것은 티뷰론이 아니라 엘란이다"(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간 스포츠카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의 "티뷰론"이 선을 보이면서 시작된 양사간의 논쟁은 이제 광고전으로까지 옮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시비를 건쪽은 물론 기아다. 오는 6월 "엘란"을 내놓을 예정인 기아는 현대가 티뷰론으로 선수를 치자 스포츠카의 "자격"문제를 들고 나왔다. 투도어라도 4명까지 탈수있는 티뷰론은 정통스포츠카가 아니라며 상대적으로 "엘란"의 우위를 주장했다. "엘란"처럼 2명만이 탈수있는게 진짜 스포츠카라는 것. 기아는 "티뷰론이 대중적이긴 하나 맛도 색깔도 없는 "캔트"에 비유된다면 엘란은 카우보이의 강한 이미지를 담고있는 "말보로"에 해당한다"며 티뷰론을 평가절하. 심지어는 아반떼의 변형된 형태에 불과하다고까지 티뷰론을 깍아내렸다. 현대도 "티뷰론"이 쿠페(2인승을 기본으로 4명까지 탈수있는 형태)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스포츠카라면 페라리 부가티 포르쉐등 고가모델이나 레이싱카를 떠올리지만 스포츠카가 대중화되면서 2인승 스포츠카와 세단형 승용차의 장점만을 살린 쿠페가 이제는 스포츠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티뷰론은 당연히 스포츠카"(승용마케팅 K이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는 또 티뷰론이 컨셉트카 "HCD-II"를 기본으로 독자개발한 모델인데 비해 엘란은 엔진을 제외하면 영국 로터스사 제품을 흉내낸데 불과한 차라고 꼬집었다. 현대의 티뷰론과 기아의 엘란은 가격이나 생산방식을 놓고 보면 직접 경쟁상대가 아니다. 티뷰론이 대당 1천2백10만~1천3백50만원대인데 비해 엘란은 두배이상인 3천만원대의 차다. 또 현대가 티뷰론을 연간 4만대를 생산할 예정인데 비해 엘란은 연간 2천대가 수제작으로 생산된다. 티뷰론이 대중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엘란은 고급화에 무게중심을 두고있다고 볼 수있다. 그런데도 양사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광의로 본 스포츠카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기아로서는 스포츠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쿠페로 굳어지면 엘란의 설땅이 없어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대로 현대는 엘란이 나오기 전에 "스포츠카=현대"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급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카시장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가 티뷰론 광고에 지나리 롤린이라는 미국 여자모델까지 내세워 스포츠카의 친근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나 기아가 강력한 "맞불"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아는 엘란의 출시에 맞춰 대중적인 차와 고급차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광고를 준비중이다. 기아관계자는 "티뷰론 광고와는 상대가 안될 충격적인 방법의 광고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차발표회때는 "스포츠카"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갖기로 하는 등 종전에 없던 이색적인 이벤트도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티뷰론의 돌풍"이 엘란이 나온뒤에도 계속될 수있을지,아니면 기아측 주장대로 정통스포츠카라고 엘란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있는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