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김종정 <LG화학 부사장>..'LG화학 본사 희석회'

"옥돌이 번강아 날다 붉은 해가 저무니, 나무하는 사람이 도끼자루가 썩어 마땅하도다" 바둑의 오묘한 세계로의 몰입을 표현한 옛 시구이다. 지금부처 약 30년전인 1968년, 우리 회사내에서도 바둑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직원 몇몇이 모여 벽공의 넓은판을 정점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의 회사명인 낙희화학공업사의 "희"자에서 착안, 바둑의 세계를 통해 기쁨을 얻는다는 의미의 "희석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60명 가까이 식구가 늘어난 "희석회"의 창립 멤버로는 허신구 창업고문, 김영태 고문, 한성갑 전럭키소재사장, 박상호 전럭키유화사장,변규칠 LG상사회장 등 우리 그룹내의 유명한(?) 인사들이 있는데, 당시 첫 대회는 한국기원 건물에서 멋지게 치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희석회"회원 중 임원으로는 장식자재사업부장 노기호 상무,해외사업담당 이상규 상무, SR사업부 유근창 이사, 식품사업부 김수곤이사 등이 있고 회장은 이동주 차장이 맡고 있다. "희석회"는 분기별로 정기 모임을 갖고 서로의 기력을 겨눈다. 이때에는 전문이기사 이상철5단과 김준영3단이 행사때마다 바쁜 시간중에도 지도 대국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 두분 사범님에 대한 희석회원의 인기는 대단하며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대회를 개최한다는 공고가 나가면 회원들은 사전에 기력을 연마하고 대회에 임하므로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또 많지는 않지만 정성이 담긴긴 상품과 상금이 있고 두고 난 후에는 가까운 식당에서 상하간 자유로운분위기 속에서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계기도 가지면서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바둑을 이렇게 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둑판은 세계다. 바둑알은 우주의 현상이다. 바둑두는 법은 말하자면 대자연의 제법이다. 바둑엔 정과 사가 있다. 정도를 따르면 상달하고 사도를 따르면 하달한다. 바둑은 우리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와 흡사하다. 네개의 귀퉁이가 있는것은 사계절을 나타내고 백과 흑의 돌은 낮과 밤,양과 음, 남자와 여자, 해와 달의 이치다. 바둑을 예찬한 작가 김동명의 삼악론을 소개하면서 희석회 소개를 접는다. "바둑은 오락문화의 최고봉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산 병서요 산 처세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오락 이상의 귀중한 학문적 가치마저 지녔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정말 명기는 인격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도덕과도 통하고 새 법칙의 발견이 기사의 최고의 명예일진대 그것은 또 과학과도 일맥이 닿는 셈이다. 이러면서도 바둑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뭇 반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희한한 재미를 지녔으니,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