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통신 사업자] "최선 다했다...우리가 최후 승자"

"합격은 틀림없다. 이제 발표만 남았다" 신규통신사업자 선정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진인사대천명"이라며최선을 다한만큼 허가권 획득은 확실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그룹의 자존심과 컨소시엄참여업체들의 지혜와 능력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2000년대를 대비한 통신사업참여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규통신사업 신청법인들은 사업계획서 심사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내가 당연히 선정된다"고 자랑하느라 바쁘다. 지난23일 시작된 심사가 모레면 끝나면 자기가 1등이 확실할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어 6월초순에 시작될 청문회에서 "굳히기"에 성공하면 "통신대권"을 거머쥘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통신사업 참여신청기업들이 자랑하는 메뉴도 시간에 따라 바꿔왔다. 사업계획서 접수초기에는 주도기업의 통신사업참여 당위성과 컨소시엄 구성의 우수성을 주로 부각시키는데 열중했다.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기술력이나 연구개발계획등이 타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느랴 애쓰고 있다. 이과정에서 개인휴대통신(PCS)쪽에 출사표를 던진 LG와 삼성의 "기술력논쟁"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주파수공용통신(TRS)와 무선데이터통신쪽에서는 해외서 도입키로한 기술우수성을 홍보하는데 발끈 달아올랐다. 신청법인들은 "굳히기"의 마지막 관문인 청문심사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청문심사에서 답변자로 나설 신청법인의 대표들은 밤늦게까지 사업계획서를꼼꼼히 훑어보며 때아닌 "만학"에 열중하는가 하면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을 초빙해 예비청문회를 열고 예습도 했다. 또 "궁합"이 맞는 보조자를 고르기 위해 후보들과 번갈아가며 입을 맞추는풍경도 등장했다. 그런가하면 LG텔레콤의 정장호대표는 "한달동안 관심을 안뒀더니 가물가물해 한번 다시 읽어 봐야겠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한편에선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딴지걸기"에도 열중한다. LG의 데이콤 위장지분 문제나 한솔의 출자한도초과등이 대표적인 메뉴이다. 삼성은 LG에 대해 데이콤 지분이 관계사까지 포함할 경우 지분율이 무려 37.00%에 이른다며 "LG는 지분제한 10%를 위반해 신청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LG측은 삼성측 논리대로라면 "삼성과 현대의 지분을 합치면 공식적으로도 15%가 넘고 남매지간인 삼성과 한솔은 중복신청한 셈"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처럼 상대방 흠집내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체는 PCS쪽 비장비제조업체군에 사업계획서를 접수시킨 한솔그룹이다. 이는 한솔이 올해 30대 대기업그룹으로 지정되면서 출자한도란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솔과 사업권 확보경쟁을 벌이는 금호-효성연합인 글로텔측은 한솔그룹의 PCS사업투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솔그룹은 현재 출자한도(순자산의 25%)를 무려 1천3백21억원을 초과,내년 3월말까지 이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한솔PCS에 당장 5백억원을 더 투자하겠다는 한솔의 계획은결격사유란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과 한솔의 관계(오너가 남매간) 때문에 "중복 신청"이란 지적을 받아온한솔로선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한솔은 정용문대표의 말 때문에도 시비대상이 되고 있다. 통신장비제조업체의 서비스사업참여에 대해 입지에 따라 말을 바꿔 "무소신" 경영인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삼성전자에 근무할때와 한솔로 온이후 생각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글로텔이 받은 피해도 한솔 못지 않다. 얼마전 4.11총선때 신한국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의 그린텔도 비슷한 상황이다. 업계로부터 그린텔이 너무 실력보다 로비등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사업권을따려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어쨌든 심사위원들의 사업계획서 심사는 이제 막판 정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청문이란 절차를 거쳐 내달 중순이면 최후의 승자가 드러난다.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이 기간동안에도 신청업체들의 "내가 1등 자랑"은 계속될 것이지만 마지막에 웃는 업체는 하나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