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원고 해소돼야 경상적자 방어
입력
수정
당면한 경상수지 적자 65억달러의 가장 근본원인은 엔화약세-댈러강세 지속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약화이다. 반사적인 원고행진이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가를 낮추려해도 물류비용은 높고 금리도 내려가지 않아 기업의 경쟁력은계속 밀리고 적자행진은 멈춰지지 않는다. 지난 7일 재정경제원과 통상 산업부가 공동발표한 경상수지 개선대책은 수출기업들의 원가부담을 줄여주고 수출자금운용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데초점이 맞추어진 임시 단기처방이다. 원고행진을 막거나 경쟁력강화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개선대책은 아니라는 평가이다. 그동안 정부가 총수요 관리 통화긴축목적으로 묶어두었던 수출선수금과 착수금의 영수한도를 높이고,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수입관세를 조정하고 환급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80년대후반 흑자가 났을때 만든 수출억제조치를 철회하는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경상수지 적자방어에 대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원고행진이 지속되는 것을 막는 응급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없어도 시장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대규모투자 허용만으로도 원고행진은 막아질 수 있다. 우리 무역 구조적 위약점은 핵심부품과 시설재가 일본시장에 의존되어 있고 최종 조립상품과 대일경쟁상품이 선진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부터 달러당 84엔에서 지금까지 110엔대로 뛰어오른 엔저행진이우리기업의 수출에 직격탄을 퍼붓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 이유때문이다. 물론 달러고행진으로 미국의 자동차 업체의 대일수출이 부진하게 되고 적자가 늘게 되니 선거를 앞둔 환율개입압력이 미국에서 먼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은 환율이 아니라 경쟁력"이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클린턴행정부의 외환시장개입은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거의 같은 품목에서 무역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엔화의 변동에 직접 대응할수 있는 외환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엔고의 이익을 누수없이 챙길수 있어야 하고 엔저의 손실도 철저히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달러 하나에만 집중된 외환거래 및 결재제도를 엔화에도 적용하여 외환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원화와 엔화의 직접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엔.달러의 환율 변화는 한국과 일본 양국경제의 직접적 긴밀도와 관계없이 미국과 일본 거래관계가 한일관계에 혼선을 가져와 실물경제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둘째 일본과의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미국과의 안정적 무역균형이 차별화될수 있는 수출촉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유일한 길은 일본의 대한 수출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고 한국의 대일 수입기업을 일본으로 진출시키는 것이다. 무역적자를 해외직접투자로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80년대 후반 수출억제를 목적으로 만든 정부의 정책적 규제를 모두철폐하고 무절제한 외화유출 정책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벌어들인 외화를 아낄줄 알아야 적자가 줄어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