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수재를 보는 눈 .. 김의재 <서울시 부시장>

금년에는 큰 수재가 없이 넘어가는가 했더니 장마가 끝날 무렵 기습적 폭우로 경기 북부지역과 강원도 일부지역이 전례없는 피해를 입게 되었다. 천억에 가까운 재산피해도 크지만 그보다는 86명의 귀중한 인명피해가 가슴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군막사를 덮친 산사태가 젊은 군인들을 60명이나 희생시켰으니 군에 아들을 보내고 이런 참변을 당한 부모님들이 얼마나 슬퍼하실까 생각하니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86분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러한 큰 재난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상황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26일과 27일 양일간 집중적으로 쏟아내린 폭우는 최고 687mm 이었다고 하니 드럼통으로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볼수 있다. 재해가 있은 후에 어떤어떤 대책이 사전에 있었으면 하고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생각해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이와같은 큰 비에는 치산치수가 잘된 어떤 선진국도 속무무책일 수밖에 없는 가히 천재지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에 무슨 원망과 분노가 있을 수 있는가. 전국민이 하루빨리 마음을 합하고 서로 도와서 재해를 복구하고 새삶의 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적.사회적 도전과 그 응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도전이 있으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이정도의 자연적 도전에 굴할 우리 민족이 아니잖은가? 이 기회에 수해지역의 경지를 보다 경제성있는 규모로 재정리하고 피해를 입은 도로.교량.하천.제방등 제반 시설을 선진 구형으로 튼튼하게 영구복구하며 침수된 가옥과 축사등을 재건축하여 전보다 훨씬 좋은 마을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작년에 큰 피해를 보고 아직까지 복구가 안된 상태에서 다시 폭우피해를본 북쪽에 가까운 휴전선 근처에 이와 같은 시련을 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시련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북쪽에 있는 우리 민족에게도 희망과 화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