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두달째 뒷걸음하는 수출

수출부진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의 수출실적이 전년동기보다 감소돼 큰 충격을 주었는데 8월에도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의 월간 수출실적이 전년동기에 비해 감소한 것은 93년 1월이후 42개월 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8월에도 수출실적이 지난 7월과 전년동기에 비해 줄어들었다. 8월까지의 통관기준 수출실적은 852억달러, 수입실적은 985억달러로 무역적자가 133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당초 억제목표 70억달러의 거의 3배수준인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감소세의 지속, 무역적자폭 확대는 우리경제의 총체적 경쟁력약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내시장이 좁은 우리는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을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그런데 이제 수출이 벽에 부딪치니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수출부진은 전체 수출감소와 무역적자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일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사정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도 성립한다. 하지만 수출부진을 반도체 탓으로만 돌리고 있을수는 없는 일이다. 수출입국을 부르짖어온지는 오래전이었다. 그런데도 몇개 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구조는 취약하기 짝이 없고 반도체이후 수출을 이끌어갈 전략상품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한국경제는 총체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금리와 땅값 물류비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세계시장에 이렇다 하고 내놓고 팔 물건이 없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반도체 충격을 모르는 바 아니나 현재의 수출부진은 반도체 탓으로만 돌릴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역기에 있다. 어느 한두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띨수 잇을 것으로기대하기는 어렵다. 선진국에는 품질에서 밀리고 개발도상국에는 가격에서 밀리고 있는데 당장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묘책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과거에는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래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었고 수출부문을 위해 경제의 다른 부문이 희생을 치르는 것도 용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체질이 강화돼 모든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제고된 결과로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수출은 성장의 결과로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고비용체질의 개선을 의미한다.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 금리 땅값 물류비용, 그리고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손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월별 수출실적이나 무역적자규모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실적보다 앞으로 수출상품의 값과 품질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수출부진을 풀어야할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의 심각한 현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문제를 못풀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