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포기" 기업매물 쏟아진다..경기침체에 '6고' 등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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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다 고임금 고금리 등 기업환경의 악화로 경영에서 손을 떼려는 기업주들이 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 종금사 등 M&A중개기관에 최근들어 조건이 맞으면 경영권을 넘기겠으니 인수자를 물색해달라는 주문이 1주일에 평균 2~3건씩 들어오고 있다. 특히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경공업체뿐 아니라 최근에는 업종이 괜찮은 상장사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날 현재 본사가 파악한 상장회사매물만도 K섬유 P패션 J전자부품 L화장품 O제약 K종금 등 1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비상장중소기업은 은행마다 한달에 10여건씩 매각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은 하반기에만 40여개사, 국민은행은 30여개사로부터 매각요청을 받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밝힐 수는 없으나 대형제조업이 매물로 나와 인수자를 물색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대주주들은 대부분 60대의 고령으로 경기침체 후계자부재 경영환경악화로 더이상 기업을 운영하기가 힘들다며 매수자 물색을 요청해오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엔 내년초 강제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경영권프리미엄을 받기 힘들어지는 점을 감안, 연내에 계약을 성사시켜달라는 주문이 대부분이라고 중개회사측은 밝혔다. 25% 이상 지분을 인수하는 매수자에게 지분의 절반이상을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토록 의무화함에 따라 매도자 입장에서는 제도시행전에 팔아야 경영권프리미엄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금지급기간, 매도후 거래선유지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나 일부는 조건없이 일정금액 이상만을 받아달라고 위임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같이 매도주문은 늘고 있으나 매수하려는 측은 주로 자금조달,기술이전을 목적으로 외국회사나 첨단업종을 원하고 있어 매물은 날이 갈수록 쌓이는 형편이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일부 전자 통신 정보 등 첨단업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고는 외면당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매매중개사인 APL의 성형표사장은 "경영환경이 악화된데다 경기침체로 기업을 팔려는 오너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반월공단에서는 입주업체의 절반이 매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한외종금의 윤현수 부장은 "상장사의 경우 경기침체와 내년에 강제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는 점때문에 주로 연내에 팔려고 한다"면서 업계에 나온 상장사매물이 최소한 10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