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동부 "신경전" .. 대한유화 지분 인수

효성그룹과 동부그룹이 대한유화 지분인수를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동부그룹이 효성의 일본 치소 엔지니어링사 주식 인수가 법에 어긋난다며 지난10월1일 서울 민사지법에 치소사를 상대로 주식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비롯됐다. 또 법원이 이를 이유있다고 받아들임으로써 효성은 치소사와 매각 대금까지 주고 받고도 아직 정식명의개시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부측의 주장은 치소사가 합작계약서에 명기된 "주주우선매수청구권"에 의거해 기존 대주주인 이정호 전대한유화회장을 비롯 재정경제원과 동부그룹 등에 사전협의를 해야하는데도 10.17%의 지분을 가진 동부에 주식매수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효성그룹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합작계약위반이라는 것. 동부는 또 "효성이 사들인 지분은 치소로 되돌려져야 하고 기존 대주주 가운데 새로운 인수자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동부측의 주장에 대해 효성측의 입장은 다르다. 효성관계자는 서울민사지법의 가처분결정에 따라 아직 명의개서를 미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차상의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만큼 합법적인 명의개서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효성 관계자는 "치소사가 지분 매각 이전에 이전회장 및 재경원등과 충분히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작계약위반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치소사는 동부그룹이 올들어 대한유화 창업주 친인척의 보유지분을 매집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동부측이 치소에 대주주임을 통보한 바 없어 협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관계자는 "가처분결정은 가처분신청 내용이 조사해 볼 만한 것이라는 인정일 뿐 위법이라고 판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효성의 대한유화 경영참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동부가 가처분신청을 내기 전인 지난 9월18일 인수대금을 모두 치른 상태여서 계약이 무효화될 경우 또 다른 법정시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는 최근 동부화학과 한농을 합병키로 하면서 대한유화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치소와의 법정대결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동부나 효성 양측이 서로를 자극하는 발표를 극히 자제하고 있지만 양측이 모두 이정호전회장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유화 인수를 위한 양그룹의 물밑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