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페드라' .. 주제음악 더 친숙한 고전

새어머니와 아들간의 금지된 사랑을 담은 영화 "페드라"는 흑백필름이다. 우리에겐 영화보다 주제음악으로 더 친숙한 작품. 음악뿐만 아니라 복선과 암시 상징등 극적 구성도 탄탄하다. 그리스 해운업계의 대부 타노스(라프 발로네)와 재혼한 페드라(멜리나 메르쿠리)가 전처소생인 아들 알렉시스(앤터니 퍼킨스)에게 눈이 멀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24세의 감성적인 청년 알렉시스도 30대중반의 그녀에게 반하기는 마찬가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금단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절망의 끝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의 운명이 쿵쾅이며 가슴을 친다. 알렉시스가 페드라의 이름을 외치며 스포츠카를 타고 절벽으로 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이 하이라이트.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선율이 끝날 때쯤 폐부를 찌르는 절규가 메아리친다. "굳바이 미스터 바하".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와 배의 비유. 남성을 상징하는 자동차는 알렉시스가 그토록 아끼던 "사랑의 분신"이자 그와 최후를 함께 한 비극의 매개체다. 그녀의 이름을 딴 페드라호는 사랑이 파국을 맞았을 때 풍랑으로 좌초된다. 희생된 선원들의 이름이 불려지는 동안 수면제를 먹고 침대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는 페드라. 알렉시스가 절벽으로 추락하는 시간과 같다. 반짝이는 에게해의 햇살을 받으며 한마리 새처럼 벼랑으로 떨어지는 알렉시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은 히폴리투스를 연상시킨다. 지난 67년 "죽어도 좋아"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가 30년만에 재개봉되는 이 작품은 첨단영상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전혀 어설프지 않다. 페드라의 우아함을 더해주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의상도 눈부시다. (16일 코아아트홀 씨네하우스예술관 개봉예정)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