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관비리

불교에 "구사론"이란 경전이 있다. 4,5세기에 인도의 불교철학자 세친이 쓴 교학서이다. 이 "구사론"엔 "아귀엔 삼종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귀는 불전에 의하면 지옥위, 축생계아래에 있는 아귀세계 (아귀도)에 살고 있다 한다. 생전에 질투가 심하거나 인색했거나 또는 탐욕했던 사람은 아귀도에 떨어져 아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귀가 음식을 먹으러들면 음식이 불꽃이 돼버려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다. 그런 아귀에 세종류가 있다한다. 하나는 "무재아귀"로 아무 것도 갖은것이 없기 때문에 헐벗은 채로 살고 있다. 그다음은 "소재아귀"로 조금 재산을 갖고 있으므로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반면에 셋째아귀는 "다재아귀"로 많은 재산을 갖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며 산해진미를 다 맛보며 인간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한다. 아귀란 원래 자기 소유물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므로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갖고 있을지라도 좀더 갖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면 "다재아귀"가된다는 교훈이다. 문민정부의 "사정"으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우리사회에서 사라졌으나 일선 창구등 하위공직자의 비리는 여전하다는 평판이 있었다. 고위공직자는 사회지도층으로의 책임과 그들의 품위를 유지할만한 국가적 배려가 있을 것이므로 그들이 비리를 저질을 것으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국민의 존경을 받았었다. 물론 고위공직자중엔 국민에게 모범이될 만한 훌륭한 인사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 내각 출범후 지난 말 17일에 이양호국방장관이 비리로 구속됐고 지난 13일엔 이성호 보건복지부장관이 물러났으며 그의 부인이 비리로 구속되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국민은 충격으로 허탈감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들이 생활이 어려웠었는가. 명예가 부족했었을까. 특히 이전복지부장관은 4선의원으로 작년 5월에 복지부장관에 임명됐다가 연말 개각때 총선출마를 위해 물러났으며 4.11총선후에 이례적으로 다시 복지부장관에 임명되지 않았는가.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전장관은 부인의 수뇌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드라도 이전장관은 제가하지 못한 도의적책임이 있다. 현재 우리 공직자에게 필요한 교훈은 "지족불욕"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는다)이란 노자의 말이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