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책]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리더십 탐구

유호민 친하게 지내는 벗으로부터 "조선왕조실록"이 1권의 책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책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역사.사회적인 측면과 우리나라 경제문제를 함께 이해할수 있어 세번이나 탐독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60년대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선진문화국가가 경제면에서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늦깍이인 셈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조선왕조의 권력계승을 둘러싼 정쟁은 태조부터 고종.순종까지 계속됐다. 왕이 되지못한 왕족은 바보짓을 해야만 생존이 가능했으며 강력한 권력을 휘두른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왕은 재량권을 갖지 못해 내각이나 귀족들이정사를 좌우했다. 시대를 이끄는 철학으로 두각을 드러냈던 유능한 고위 관직자들은 정쟁에 휘말려 유배를 가야했다. 뛰어난 사람의 약점을 감추고 키워줘도 어려운 판에 늘 상대방의 약점을 캐내 제거했다. 왕과 의정부간의 갈등, 고위관리들의 파벌싸움으로 경제발전은 커녕 임진.병자.정묘년의 난을 겪고 국토와 문화가 황폐화됐다. 결국 일본에게 국가를 송두리째 빼앗긴채 조선사는 막을 내렸다. 암살의 역사는 해방후에도 계속됐다. 김구 장덕수 송진우 등 거물 정치인들이 암살정국의 희생양이 되었다. 5.6공때는 집권자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정치무대를 오염시켰고 국민의도덕심과 책임감도 희박해졌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수준이 주변국에 비해 뒤떨어졌던 것은 아니다. 고려때의 금속기술이나 세종.세조때의 과학기술은 일본이 따라올수 없는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실제 역사에 남은 선조들의 문화유산이나 지혜도 세계적인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행한 역사의 반복으로 국력이 소모되고 경제선진국이 되지 못했다. 지도자들에게는 배가 고프면 혀를 깨물고라도 참을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국민의 정신력이 합치되는 곳에 바로 선진국 진입의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