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동차 멀티미디어화 .. 윤장진 <현대전자 부사장>

고속도로나 서울시내에서 예고없이 오랜시간 차속에 갇혀 있는 것은누구나 자주 겪는 일이다. 근무지를 서울에서 이천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도무지 예측할수 없는 고속도로 교통상황으로 인해 출.퇴근시에 보통 서너시간은 길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차속에서 할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곤 한다. 독서, 텔레비전 9시뉴스를 라디오 방송으로 듣기, 휴대폰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고, CD 체인저로 음악을 듣고,차에 설치된 TV로 프로야구 시청, 비디오 CD로 영화감상 등. 그러나 차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외부의 컴퓨터 시스템과 접속해 최신 정보와 뉴스를 검색하고 카 팩시밀리로 필요한 문서와 자료를 받아보고, 카 네비게이션을 통해 기상과 도로정보를 입수하여 교통체증을 피해서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속에서 필요한 정보와 통신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음으로써 자동차를 정보의 "수-발신기지"로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극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연간 기회손실액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통계치를 접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차안에서 다양한 정보를 가공하고 기록 저장 편집 전송 쌍방향통신까지 한다면 실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대폭 줄일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내부 공간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멀티미디어의 주역은 무억이 될까. 종합적인 "카 AVCC시스템"이라고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오디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및 차내에서 퍼스컴까지도 가능한 만능박사다. 우선 오디오쪽에서는 문자방송 내용이 카오디오의 디스플레이에 표시됨으로써 방송과 서비스 업체들이 각종 정보(주식시세 기상정보 교통사고 노래가사등)를 자동차에 보낼수 있게돼 보는 라디오가 가능하게 된다. 위성방송도 수신 가능하게 돼 난청지역이 없어지고 잡음섞인 라디오 음질이 CD수준의 음질로 바뀌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동안 다이얼을 돌리지 않고도 줄곧 같은 방송을 듣고 갈수도 있다. 비주얼로 보면 비디오 CD와 박막 트랜지스터로 돼 있는 대형 모니터로 깨끗한 화질의 영화, 스포츠 중계, 오락게임, 교육용 CD롬 그리고 TV프로그램까지 즐길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핸드프리 무선전화는 물론 팩시밀리와 내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을 활용할수 있게 된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도로를 새로 까는 비용의 10분의1 정도로 내비게이션 구현을 위한 통신망 인프라를 도로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완성되거나 진행중이다. 미국의 IVHS와 일본의 VICS가 그것이며 모두 차량과 도로, 차량과 차량간 쌍방향 통신을 가능케 한다. 또 내비게이션의 핵심인 디지털 지도는 그동안 일본과 미국이 각각 상이한 규격으로 개발해왔으나 이제 전세계 표준으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차량내에 설치된 PC로는 음식점 레저시설 호텔상황 등도 알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경주에 있는 한 호텔의 객실요금과 예약현황을 차 안에서 모니터링 할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런 검색 작업은 운전자가 주행중에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된 PC에 말하기만 해도 가능해 질것이다. 오는 2000년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연간 400만대 이상 생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중 수출량도 100만대 이상에 달하게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1년에 약 5,000만대의 차가 새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자동차의 멀티미디어화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장에서도 후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미국은 수년전부터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동차 회사와 전자회사가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공동개발키로 하고 내년부터 상용화한다고 한다. 아울러 국가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ITS(지능형 교통시스템)에 대응하는 쌍방향 통신 내비게이션도 계속해서 개발하겠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 자동차에서 뱅킹 쇼핑뿐만 아니라 인터넷 폰, 전자우편및 팩스 수-발신등 원하는 모든 것을 할수 있게될 전망이다. 정보화는 민간의 역할이 크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기술과 서비스에 관련된 표준화작업을 제때에 이끌어 줘어야 한다. 문자방송, 위성전달방법, 표준화및 관련 법규들이 때 맞춰 정비되도록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자동차 전자등 관련 업계는 막대한 개발비용과 인력을 공동으로 배분할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형성, 투자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방송업계에서는 전국적인 규모로 동시송출할 중계소를 더 설치하고 음악 뉴스 등과 같은 전문채널을 만드는등 관련 시설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멀티미디어화는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질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기초 기술에 근거한 구체적인 기술개발과 제품개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끊임없는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해서 만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