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마케팅의 열쇠는 '고객서비스' .. 이렇게 생각한다

유한수 세계화의 진행과 함께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환경변화 요인은 철강시장의 개방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2005년까지는 철강도 무관세화가 된다. 또 97년부터 종합무역업이 전면개방되는등 유통시장의 개방도 시작된다. 둘째는 철강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발표했듯이 철강사들의 설비 신증설에 따라 향후 적어도 5년이상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철강재의 공급과잉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침체와 함께 수요산업의 철강소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기업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철강업의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철강업은 원래 마케팅이 취약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철강이라는 상품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어서 선전을 많이 한다고, 혹은 마케팅을 더 잘 한다고 더 팔 수 있는게 아니었다. 수요가 기본적으로 경기에 많이 좌우되는 탓이다. 또 철강업은 자본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언제나 규모의 경제가 문제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t당 얼마"하는식의 사고방식(tonnage mentality)이 몸에 배어 있다. 고객의 니즈가 어떻고 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종전에는 품질과 가격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비가격 경쟁력도 가격 못지 않게 중요하다. 공급과잉시대라는 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고객이 우위에 서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제는 누가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마케팅이 개별회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경쟁체제 하에서 웬만한 철강사들은 품질, 가격, 기본적 서비스면에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누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마케팅의 성패가결정된다. 미국의 버밍햄사는 수요자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렴, 반영할 수 있는 전자정보교환시스템등 정보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철강전문가인 피터 마커스 박사도 "수주-생산-가격결정"과정에 수요자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컨설팅 회사인 ADL은 리드타임 단축과 납기의 신뢰성등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중핵적 요소라고 강조한다. US스틸은 수요자 파트너십 활동인 PAG(Product Application Group)제도를 통해 수요산업의 강재가공능력과 활용도 제고를 지원한다. 수년전만 해도 "철강업도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보고서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시장개방이 되면 국내시장도 안전하지 않다. 저가수입품의 무차별적 유입에다 금융능력을 앞세운 일본 상사들의 공세도예상된다. 심판은 결국 고객이 하는 것이기에 "고객만족"은 이제 생존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