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임료 자존심 대결 .. 한화종금 M&A 사건 법정 공방

"김&장법률사무소냐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합동법률사무소냐"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한화종금과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간의 M&A(기업 인수합병)사건에 국내 최대의 법률사무소들이 법정대리인으로 나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환사채 발행의 적법성과 상장주식 10%이상 소유제한 등 M&A의 핵심쟁점이 모두 망라돼 있어 이를 둘러싼 양측간의 법리논쟁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10여억원 규모로 알려진 소송수임료도 수임료이려니와 "싸움"에 이긴자는 특히 M&A전문대리인이라는 챔피언 벨트까지 차게 돼 있다. 이들의 법정공방이 사활을 건 명예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도 이같은 돈과 타이틀때문. 공격자인 박의송씨측은 대리인으로 태평양과 세종을 택했다. 한화측이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장을 택한 점을 감안해 "2개 사무소 연합군"을 편성했다고나 할까. 물론 이들 사무소는 소속 변호사중에서도 경제통 엘리트 변호사들로 공격조를 구성했다. 우선 태평양측의 전위부대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하고 사시(26회)도 수석합격한 서동우변호사와 오양호.김도형변호사 등 3명. 이들의 코치석엔 법무부장관을 지낸 배명인변호사와 김인섭대표변호사가 버티고 있다. 태평양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세종측 선수들의 면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 시카고 법과대학원 석사출신으로 캘리포니아와 브뤼셀 로펌에서 활동했던 김두식변호사가 공격수로 뛰고 있다. 후방지원부대엔 심재두변호사 등 증권.금융파트 전문가와 미예일대에서 증권거래법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신영무씨, 그리고 대법원 판사 출신 오성환씨 등 거물급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 변호사는 한화종금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이 국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한화종금측의 부당한 경영행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은 또 "우군"인 소액투자자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작전도 갖고 있다. 세종합동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상대가 다른 곳도 아니고 김&장이라는데서 전투의욕이 솟구친다"며 임전불퇴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화그룹측 방어(변호)를 맡은 김&장의 수비진도 볼만하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졸업하고 최연소로 사시(15기)에 합격한 박병무변호사와 사법연수원을 수석졸업하고 미하버드대에서 유학한 서정걸.윤병철변호사 등 간판급 변호사 5~6명이 그들. 뿐만 아니다. 기업관련 소송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소송 9단"으로 불리는 장수길.이재후변호사도 지휘봉을 잡고 있다. 증권과 M&A의 대가인 정계성.박준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사들이 측면에서 엄호사격을 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들은 매일 작전회의를 거듭한 결과 "완벽한 진지방어 전략을 세워 충분히승산이 있다"(팀장 박변호사)며 자신감에 차있다. 김&장은 실전투(법정)에서 박의송씨측의 적대적 M&A 의도를 집중 공략한다는 "방어수칙"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컨대 공개매수를 통해서만 주식을 매집토록 돼있는 개정 증권거래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비정상적인 수법으로 3개월여만에 어마어마한 주식을,그것도 은밀히 사들여 경영권 탈취에 나선 의도가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또 회사가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비정상적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적"에 맞선 정당방어 행위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사모사채는 소액주주들에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도 이들의 방어논리. 김&장과 태평양.세종의 전투는 최근 "열린합동법률사무소"가 김&장편에서 뛸 것으로 전해지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띄고 있다. 이 사무소는 지난해 "잘 나가던 중견법관"들이 동료 판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함께 차린 법조계의 새로운 스타군단.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이건웅.황상현씨와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하철용씨 등이 버티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열린합동의 합류가 이번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변호사가 총출동한 한화종금 M&A대리전. 이 대리전을 치르는데는 수임료만도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법률사무소는 부인도 시인도 않지만 법조계에선 김&장의 경우 수임료가10억원을 웃돌고 태평양과 세종이 각각 5억원대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싸움에 이긴 측은 수임료면에서도 기록을 세우겠지만 그이상의 "성공 보수"를 챙길게 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