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직장문화 작은변혁을 꿈꾼다"..신세대 직장풍속도

올해 LG애드 AE로 입사한 구자송씨(27). 학창시절 꿈꿔왔던 광고대행사에 입사한만큼 의욕이 넘친다. 지난 한달여 동안의 사내교육과 연수로 애사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때까지 촌닭처럼 눈굴리며 선배눈치를 살피는것은 사양이다. 차라리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가 되기로 했다. 신입사원으로서 조그만 실수는 흠이 될리 없다. "선배의 가르침은 겸허하게, 그러나 문제제기는 과감하게" 그가 회사생활에 적응하되 새내기다운 패기를 잃지 않기위해 정한 규칙. 이런 구씨의 적극적인 자세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된 구씨의 문제제기는 대부분 해프닝으로 끝나게 마련. 그러나 일방통행식 교육이 아닌 선후배간 서로 배울수 있는 분위기조성에는 한 몫했다는 평을 듣는다. 또 술자리에 가서 선후배간 할 얘기도 많아졌다. 그는 요즘 팀내 "조그만 변혁"을 모의하고 있다. 첫 타깃은 "밥먹고 술먹고, 그리고 또 술먹는"천편일률적인 회식을 타파하는 것. 같은 팀에 배치받은 2명의 입사동기가 팍팍 밀어주기로 했다. 그는 입사동기들과 상의를 거친뒤 기분전환이나 재충전의 계기가 될수 있는 회식자리를 주도해갈 작정이다. 구씨처럼 용감한 신입사원이 흔한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잔뜩 주눅든 모습은 신입사원의 전형. 사무실내 풍경이다. 그러나 업무를 벗어나면 1백80도 달라진다. 오히려 비업무적인 일에는 직장선배들이 주눅들 정도. 엘칸토 총무부에 입사한 김성옥씨(26)의 경우 입사전 획득한 자격증만도 6개. 스키강사 농구협회심판 YMCA인명구조 스킨스쿠버 사회체육지도자 방화관리 교원자격증등이 김씨가 소지한 자격증 종류이다. 그는 이러한 특장기를 최대한 살려 부서에 활기를 불어넣은 케이스. 최근 부서 전체가 스키장으로 놀러갔을때 김씨는 단지 하나의 자격증을 증명해보였을 뿐이다. 요즘 엘칸토 총무부는 스키장비를 단체구입하는등 부서전체가 스키열기에 휩싸여 있다. 그 대가로 김씨는 신입사원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 기획실에 갓 배치된 백상진씨(27). 노는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업무중에는 겁먹은듯 내숭(?)을 떨지만 회식자리에만 가면 물만난 고기. 나이 지긋한 직장상사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일단 술자리에서 어색함을 털고나자 업무에서도 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전직원에게 지급된 컴퓨터가 기껏 워드프로세서작업용으로 전락한것이 그의 눈에 띄었다. 입사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것이 컴퓨터였다. 선배들에게 인터넷이나 업무관련 소프트웨어 조작법을 가르쳐 준것. 이러한 백씨의 적극성으로 부서 컴퓨터 활용도가 높아진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내교육을 마친 신입사원들 부서배치가 한창이다. 이들의 넘치는 의욕이 부서에는 활력소로 작용하게 마련. 더구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서나 회식자리에서 거침이 없다. 오랜 직장생활로 타성에 젖어든 선배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자극제. 현대상선 김홍인대리는 요즘 신입사원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낯선 직장분위기에 동화되려 애쓰기 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데 거침이 없는 점"을 든다. 최근 새롭게 그려지는 신세대 직장풍속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