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알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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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는 동유럽 발칸반도의 남서부에 위치해 북은 유고슬라비아,동은 마케도니아, 남은 그리스, 서는 아드리아해에 접해 있으면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다. 2만8천7백48평방km의 면적에 3백50만명이 사는 발칸으 최소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3백40달러밖에 안된는 유럽의 최빈국이다. 산악지대가 국토의 77%로 석유 천연가스 크롬 구리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나 농업 임업 목축업이 주산업을 이루는 저개발국가다. 알바니아가 지닌 장점이라면 인구의 97%가 알바니아인인 단일민족국가에 가깝다는 것일 것이다. 알바니아가 유럽의 다른 소국들과는 달리 유독 뒤쳐져 있는 이유는 그 나라가 걸어온 정치적 환경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기원전 2세기부터 5백여년동안 로마제국의 일부였다가 그뒤로도 동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479년에는 다시 투르크제국 영토가 되었다. 그때 알바니아인들은 종교를 그리스도교에서 이슬람교로 바꾸는 고난을 당했다. 1912년에야 독립이 선포되었으나 1차대전을 거치면서 혼돈이 거듭되었다. 25년에 정권을 장악한 아메드 조구가 28년 왕위에 올라 11년동안 통치했다. 39년에는 또다시 파시스트 이탈리아에 병합되는 비운을 맞았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공산게릴라 지도자 엔베르 호자가 정권을 장악하고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호자는 85년 사망시까지 40년동안 엄격한 스탈린주의 강권통치를 감행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대외 폐쇠정책을 펼쳤다. 1985년 라미즈 알리아가 정권을 이어받아 대외개방정책을 취했고 경제 침체와 낙후성을 탈피하기 위한 체제개혁을 시도했으나 정치구조의 보수성이 여전히 존속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1989년 동유럽의 민주화 물결은 알바니아의 체제변혁을 가속화시켰다. 다당제가 허용되고 92년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당의 살리 베리샤를 대통령으로 하는 민주정부가 수립하여 민주화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베리샤 역시 알바니아에 오랜동안 뿌리내려온 강권통치의 탈을 벗어버리지 못했다. 요즘 피라미드 금융사기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무정부상태도 자유를 갈망하는 알바니아인들의 의지 표출이라 할수 있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