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골프컨트롤] (78) 최후의 클럽이어야 말을 듣는다

금년 시즌들어 나는 드라이버를 바꾸었다. 그 드라이버는 "거리는 더 나지만 컨트롤이 힘들다"고 평가되던 클럽이었다. 그런데 당초 우려와는 달리 그 드라이버는 괜찮게 맞았다. "한방 삐끗"의 미스샷도 별로 없었고 스윙을 다 못해준것 같아도 가보면 나갈만큼 나간 거리가 기분 좋았다. 그 이유를 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한방 삐끗의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즉 내 골프능력, 내 스윙리듬안에 스윙을 잡아두는 것이다. 스윙을 할때 난 그 "범위 이내"의 스윙을 느낀다. 그것은 볼에 대한 집중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샷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이 분석의 증거를 제시할수 있다. 며칠전 라운드에서 OB를 한방 냈다. 17번홀인 그 홀은 파5홀로 왼쪽 OB구조인데 왼쪽으로 치는게 지름길인 홀이었다. 그때까지 드라이버가 괜찮았므로 평상시와는 달리 왼쪽으로 질러치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쳐봤자 투온이 힘든데도 순간적으로 마음이 풀어진 것. 그 욕심은 결국 왼쪽 OB를 만들었다. 그때의 스윙을 난 지금도 느낀다. 스윙이 무척이나 빨랐고 라운드종반 "최후의 멋진 샷"을 날린다며 무자비하게 잡아 당긴 스윙이었다. 그것은 분명 클럽탓이 아니라 내 "머리 탓"이었다. 클럽도 당초 의지가 중요하다. "오직 이것이 최고,최후의 클럽"이라 생각하면 결국엔 그 채를 자기 것으로 만들수 있다. 자신의 리듬만 지키면 어떤 클럽이건 그 클럽이 주는 잇점도 뽑아낼수 있고 스윙을 보완할 수도 있다. 그것이 새로운 시도의 선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