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 강건너 불 아니다" .. 국내 기술로 충분

인간복제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양과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데 이어 벨기에의 한 병원에서 4년전 복제한 쌍둥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보도하면서 세계의 눈과 귀가 복제인간의 탄생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벨기에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복제인간은 시험관 쌍둥이로 밝혀져 한차례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첫번째 복제인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함께 인간복제가 몰고 올 윤리문제와 관련, 규제지침을 놓고 벌이는 찬반논쟁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의 생명공학기술은 사람까지도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올라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유욱준 교수(의과학연구센터장)는 "인간복제의 경우 비밀유지가 어렵지만 누군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1~2년이면 복제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년전 국내처음으로 복제송아지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교수(수의학과)역시 "인간복제도 맘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가능하다"며 "다만 필요성이 없어 손대지 않을 뿐"이라고 들려줬다. 그러나 인간복제에는 윤리문제가 걸려있다. 종교계에서는 이미 인간복제와 관련한 실험금지법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인간복제는 윤리도덕의 기반이 되는 인간생명과 인격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배치될뿐 아니라 가정의 질서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유전자복제가 인류에 재앙을 주는 과학기술임을 규정하고 통제를 위해 국가윤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은다. 생명공학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러나 인간복제가 몰고 올 결과를 우려해 동물에 대한 실험까지도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교수는 "인간의 복제까지는 절대 안될 말이지만 동물에 대한 시도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다"며 "이 분야의 연구자체를 막는 포괄적인 규제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사람을 대상으로한 실험은 금지하되 유인원에 대해서까지는 정부차원의 허락을 받아 수행토록하는 등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교수는 "인간세포를 조작해 인간을 만드는 것에는 절대 반대한다"며 "과학은 다만 동물을 통해 유용생리활성물질제조나 품종개량 등 인간생활에이득이 되는 방향에서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광호 생명공학연구소장은 "사람에 유용한 쪽으로 관련기술개발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명윤리위원회"등을 운영하고 과학자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춘 과기처 화공생물연구조정관은 이와관련,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실험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생명공학육성법 15조에 근거해 관계부처와 규제안을 마련중이지만 과연 어떤 연구가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것인지 그 범위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해 사회전반적인 의견수렴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