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면톱] 철강산업 지각변동 불가피 .. 쓰러진 '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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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의 부도에 이어 특수강을 주력으로 하는 삼미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철강업계에 다시한번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은 판이 새로 짜여지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 철강업계의 수난은 무엇보다 무리한 시설투자와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때문으로 요약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국내 철강수요가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는 연평균 3.5% 성장할 것이나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1.3%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세계 철강소비도 지난 95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평균 1.5%씩 증가하겠지만 산업성장률은 2000년이후 급격히 둔화돼 2005년까지 1.1%로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이 어두운 전망속에서도 국내 철강업계의 설비투자는 지난 95년 이후 노후설비 개체, 자동화 설비도입 등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였다. 대표적으로 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에 5조원이상을 투자했으며 포철도 코렉스설비 건설과 고로증설에 나섰다. 95년 한해동안만 국내 철강업계의 설비투자 규모는 4조1천24억원. 전년보다 35%로나 증가한 것이다. 특수강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설비확장에 나서긴 마찬가지였다. 삼미는 특수강 경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 지난 89년 1백%단독출자로 캐나다의 아틀라스사와 미국의 알텍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 90년대 초에 창원공장의 생산능력을 50만t 규모로 늘리기 위해 3천억원을 투자했다. 기아특수강도 질세라 설비확장을 추진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철강업계의 투자열풍은 작년부터 국내경기가 하락하면서 부작용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첫번째 케이스가 상장회사인 환영철강의 부도.이어 터진 한보 부도는 철강업계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이번에 삼미특수강이 쓰러지자 철강업계에선 "다음은 어디냐"는 살벌한 풍문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다. 철강업계는 실제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영악화를 감수해야 했다. 삼미특수강과 기아특수강이 각각 1천1백20억원과 8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강원산업도 4백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인천제철은 당기순이익이 2백35억원에서 1백34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경기호전으로 금새 치유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데 있다. "한보나 삼미의 경우가 모두 국내 철강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 들면서 불가피하게 삐져나오는 구조조정의 서곡"(철강업계 관계자)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게 그렇다. 어쨌든 철강업계의 잇따른 부도와 법정관리 신청은 철강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강경식 부총리도 강력한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산업의 경쟁력 촉진을 천명하고 나서 부실화된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국내산업의 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어떤 방향으로 공이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 비롯된 구조재편 태풍이 국내 산업구조조정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