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85) 제2부 : 썩어가는 꽃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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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만만해지면서 아주 흔쾌하게 미소짓는다. "몇살이나 먹은 신사지요? 부자신가요?" 그녀는 흥미가 동했다. 더구나 지금 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결혼반지를 안 팔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이왕 자기는 썩어버린 꽃이 아닌가? 냄새나는 꽃을 사고 싶어하는 신사가 있다니 행운이지 않은가. "사십대의 신사십니다. 아주 부자구 말굽쇼" 웨이터는 거짓말을 했다. 그 오너는 60이지만의 곱게 늙고 멋을 내서 50대로도 안 보이는 멋쟁이다. 호텔보이 출신이지만 지금은 50개의 룸이 있는 이 호텔을 가진 압구정동의 부호 노신사이고 졸부라도 자기 인생을 엔조이 할 줄도 아는 남중남이다. "한번 시간을 내줍시사고 해서요. 삐삐번호라도 주시면 감사하겠다구요" "저를 언제 봤대요? 여기서요?" "어느날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것을 봤는데 잊혀지지 않는 미인이라구요. 여기 들어오는 것도 우연히 보시고는 꼭 저에게 특청을 넣으시더라구요" 그녀는 생각했다. 궁전을 통해서 남자를 만나면 마담이 반을 먹을 적도 많다. 그녀는 자기의 매춘 품삯은 누구하고도 나눠 먹을 수 없는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을 뜯기는 것이 부당하고도 억울한 부분이라고 평소 분하게 생각해왔다. 마담은 미리 고객에게 뜯어내고, 또 자기에게도 그 이튿날 10분의1쯤 내놓으라고 애교있게 말했지만 그건 정말 착취하는 것과 같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좋아요. 나는 미스박이구요. 애인같은 것은 없구요. 나이가 많은 신사님을 더 좋아해요" 그녀는 보이가 우물쭈물하다가 나이를 말했으므로 쉽게 힘 안 들이고 놀아주고 돈을 잘 쓰는 노인쪽이 더 실속있다는 룸살롱 아가씨들의 기호를 흉내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삐삐가 왔을때 싫으면 안 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그녀는 번호를 쉽게 가르쳐줄까 한다. "내일 보다는 오늘 밤에 시간이 남아 돌아가는데" 12시가 안 되었으므로 그녀는 다시 궁전으로 돌아가 한 타임을 더 뛸까 하던 중이었다. 유부남을 따라다니는 여자들 중에는 의외로 괜찮은 직업을 가진 아가씨들도 가끔 있었다. 그 웨이터는 그녀도 상사와 같이 다니는 것쯤으로 짐작했었다. 남자들이 괜찮은 신사들이었으므로 그런 추측도 했고, 아니면 룸살롱 아가씨인가도 생각했지만 그녀와 말을 해보니 역시 그녀는 돈이 필요해서 상사와 사귀는 오피스걸 같다. 그의 코는 사냥개같지만 박미자인가 제인인가는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 "아가씨, 잠깐 기다려보십시오" 그녀는 편하게 입구에 있는 소파에 주저앉는다. 그녀는 미국에서나 서울에서나 매춘을 특별하게 부끄러워하거나 죄악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둑질하는 것보다는 더 양심적인 행위라고 자기변명을 하는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