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94) 제2부 : 썩어가는 꽃 <29>

제인은 그때서야 이 노인이 자기 곁으로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댄다고 느끼면서 눈을 감는다. 무엇을 원하세요? 나는 지금 한마리 병든 백조랍니다. 가지고 싶으면 가지세요. 그러나 나는 아무 힘도 열망도 없어요. 사장님! 오직 돈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제인은 그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뺨에 입술을 부비자, 그의 목을 슬그머니 끌어안는다. "이름이나 알자. 귀여운 것" 그가 이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제인은 젊은이보다도 단단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미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사 제임스 박사와 정사때 경악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가끔 미쳐버린 악마와도 같이 자기의 육체에 탐닉했던 제임스는 그러나 의사인 그 자신도 가끔 마약을 사용해서 그녀를 당황하게 했었다. 그는 입으로는 죽음의 약이라고 외치면서 약을 주사하고 자기와 섹스를 했던 타락한 40대의 지성인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 마약을 끊기 위해 장기 입원을 해서 결국은 끊어버린 의지의 사나이이기도 했다. 제인은 박사장에게 곱게 미소하며, "제 이름은요, 박미자예요" 하고 앞가슴을 풀어헤친다. "저를 위기에서 구해주신 감사의 뜻으로 나의 가슴을 보여드리겠어요" 그녀는 깜찍한 요정으로 자신을 연출한다. 봉긋이 솟은 앞가슴의 유두는 유난히 핑크빛이다. 카사노바인 박동배가 가장 몸살을 하는 것이 바로 유두가 핑크빛인 소녀적 유방이다. 그녀는 메어리에게 젖을 안 물려서 유방의 동선도 처녀 그대로 이고 색깔도 환상적인 핑크빛이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유두를 앵두처럼 꼭 물어버린다. 으응응으- 그에게서 신선한 탄성이 터져나오면서 온몸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불붙어 오른다. 금세라도 그녀의 팬티를 찢어버릴 것 같은 광적인 힘이 느껴진다. "그 이상은 안 돼요" 그 순간 박미자는 블라우스를 여미며 상체를 일으킨다. 그녀는 자기의 아름다운 유방을 많은 남자들이 예술작품처럼 쓰다듬으며 애무하고 사랑하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비싸게 굴라고 했지, 친절한 웨이터가.... "당신은 이 호텔의 오너 사장이라고 했지요?" "맞아. 이 호텔은 내거야"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때 또 삐삐가 울려온다. 제인은 스위치를 눌러 끄며 불감의 황폐한 벌판에서 계산적으로 말한다. "저, 사장님. 미자는 지금 돈이 필요해요" "얼마나?" "아침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러브메이킹을 해드리면 얼마나 주시겠어요? 꼭 사고싶은 코트가 있어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