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리스트' 드러나면 그때 처리" .. 권오기 부총리 밝혀

권오기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22일 국회통일외무위에서 관계당국이 최근입국한 황장엽 전북한노동당비서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른바 "황장엽리스트"가 드러날 경우 그때그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부총리는 그러나 "황전비서가 중국과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을 때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있어 직접적이거나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황장엽리스트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권부총리는 또 "황전비서에 대한 조사결과를 북한의 대남정책을 파악하는 계기로 삼아 우리의 대북정책에 반영하되 국내정치에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부총리는 특히 "황전비서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당국이 신변을 보호할 것"이라며 "조사내용은 모두 공개하지 않고 기자회견 등 언론접촉도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권부총리의 언급은 정부가 황전비서가 가지고 있을 "정보"에 아직 접근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의 반발을 이유로 조사범위를 미리 한정하지는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런 처리원칙은 황전비서일행만을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로서는 정치권의 "외압"을 염두에 두고 황전비서에 대한 조사가 축소되거나 해야 할 조사를 하지 않는 인위적 작용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입장은 정치권, 특히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상임위에서도 국민회의 김근태 의원 등은 "정부가 조사결과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기자회견도 당분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선직전에 이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황장엽씨가 사죄하는 척하나 이해못할 소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며 "황씨는 자신이 아는 것을 다 털어놓아 북한을 잘 몰라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막게 해야 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권부총리는 "황전비서는 오랫동안 상당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름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중국은 이 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고 우리는 중국의 희망을 존중할 것"이라고 처리원칙을 되풀이해 설명했다. 권부총리는 이밖에 남북적십자회담과 관련, "북의 수정제의에 대한 답신을곧 보낼 예정"이라면서 "장소관계 등에서는 (우리측의) 다른 제안이 있을지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원 조건식 교류협력국장은 "한보철강은 투자계획서나 북한주민접촉 승인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불법"이라면서 "한보철강처럼 제3자를 통한 간접접촉이라도 북한에 물자를 제공할 경우에는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