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외환창고' 메우기..한은, 은행수탁고 회수 속사정

외환보유고 사정이 심각하다. 외환당국이 내색하지는 않고 있지만 요즘 은행들을 상대로 수탁고 회수에 나선걸 보면 어려운 사정을 짐작할수 있다. 당국은 이달들어 산업 조흥 한일 서울은행 등에 맡겨둔 1개월짜리 한은수탁고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사정이 빠듯한 은행들은 단기자금 조달시장에서 부족분을 빌리느라 애를 먹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떨어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수출 부진과 해외자본 유입이 저조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지난 3월말의 2백92억달러보다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다 2월중순부터 개시한 선물환 개입도 당국의 외환사정을 어렵게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한국은행이 2월중 팔아놓은 3개월짜리 선물환은 12억달러에 이른다. 다음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이 금액을 외환보유고에서 풀어야할 처지다. 외환딜러들은 이에 따라 당국이 수탁고 회수 외에도 앞으로 외환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내달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에 따른 추가유입물량 흡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물량은 단기적으로 4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환율이 계속 안정기조를 보일 경우 "매입 개입"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부풀리기를 놓고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다소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재경원은 단시일내에 많은 물량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시장의 유동성 사정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당국이 어떤 모양새를 갖추면서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운영해낼지 귀추가주목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