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대농그룹 경우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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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1조7천8백억원으로 재계순위 34위인 대농그룹이 부도위기에 몰려 대농 미도파 등 4개 계열사가 부도방지협약을 적용받게 된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아울러 몇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로 대농그룹의 경영난은 우리경제의 구조조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둘째는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이 가시화된 첫번째 사례라는 점이며 세째로 미도파의 경영권공방전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대농그룹은 주력사업인 면방의 경기침체및 채산성악화로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데도 외부차입에 의지해 기업확장에 열을 올린 나머지 화를 자초했다. 게다가 또다른 주력분야인 유통사업도 할인점 양판점 등의 고속성장으로 미도파백화점의 매출및 이익신장세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면방을 비롯한 섬유산업의 상대적인 위축 유통시장개방에 따른 경쟁심화 등은 우리경제의 산업구조조정의 한예로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고 경쟁력강화를 게을리하는 기업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형편이다. 최근 엔화약세가 강세로 반전되고 있고 원유가 안정및 반도체값 하락세진정 등으로 경제여건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등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의 과잉설비가 여전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적 등 불안요인이 적지않은만큼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대농그룹의 자금난이 우려되면서 제2금융권의 채권회수가 한꺼번에 몰려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이 가시화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은행연합회는 협약대상기업을 확대하고 참여금융기간도 할부금융 파이낸스사까지 포함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자금중개기능의 위축및 신용결제시스템의 혼란에 대한 우려가 높다. 단지 소문만으로 멀쩡한 기업이 쓰러져서는 안되겠지만 (주)대농처럼 악성재고의 처리를 미뤄오다 한꺼번에 2천9 백3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및 회계기준이 투명하지 못한 탓도 카다고 본다. 끝으로 기업인수합병(M&A)의 순기능도 많지만 미도파의 경우처럼 경영권을 위협해 엄청난 이익을 얻는 이른바 그린 메일링(Green Mailing)은 어떤 형태로든 규제돼야 한다. 그린 메일링은 일반주주의 몫을 뺏고 기업이 경영권방어에 급급하게 함으로써 국민경제에 해로우며 막대한 소득에도 불구하고 세금한푼 안내 조세 형평에도 어긋난다. 미국뉴욕주는 회사가 특정주주로부터 전체지분의 10%이상을 매입할 때 주식보유기간이 2년이상인 경우 등 특별한 경우이외에는 시가이상의 가격지불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회사들도 정관에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미국세법은 주식양도세율 35%외에 그린메일링을 통해 얻은 이익에는 50%가까운 추가세금을 매겨 결과적으로 약85%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곧닥칠 외국기업의 그린메일링에 대비하고 장기안정적인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그린메일링을 통해 얻은 이익에는 중과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