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김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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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이 어제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대선자금 입장표명, 고비용 정치구조 청산, 경제구조개혁 추진방안 등을 제시하고 정치인 기업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무게중심은 정치개혁에 쏠려 있다. 담화의 제목 자체가 정치개혁에 관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으로 돼있는데다 국회차원에서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지않을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것만 보아도 쉽게 알수 있다. 중대결심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담화의 내용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치풍토나 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정도의 어림짐작에 불과하다. 김대통령은 92년 대선자금을 포함해서 정치권 모두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제도와 관행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치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 대상으로 돈이 많이 드는 대중집회 개최와 사조직 운영의 금지,선거공영제 확립, 정치자금의 완전 실명화등을 제시했다. 담화에서 밝힌 경제개혁방안도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불법자금이 지하에서 거래되는 것을 막고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며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지나친 차입경영 제한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경유착의 근원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담화가 미래지향적 정치발전의 바람직한 방향을 밝힌데 대해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이를 실천해가는데 있어서 결코 중대결심만이 능사는 아니며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수 있는 토양과 여건조성에 더욱 유의해 줄것을 기대한다. 우선 관심의 초점이었던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이 미진하다고 판단되고 이는 가뜩이나 혼란한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담화발표직후 나온 야당의 강한 비난성명만 보아도 쉽게 예측할수 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이뤄내야 하는 것은 미룰수 없는 당면과제이기는 하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등 정국경색이나 혼란도 이에 못지않게 누구도 원치않는 상황임을 김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줄 안다. 특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권의 난기류가 기업경영이나 경제회생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에 제시된 경제개혁의 예시는 대부분이 정치개혁과 보완적 관계를 이루는 것들이다. 물론 정치제도와 경제관행이 맞아떨어져야 개혁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의 굴레가 씌워지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치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최대한 자유로운 기업활동의 보장이 정경유착 단절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순수한 후원금이상의 돈을 정치인에게 갖다주는 어리석은 기업인은 없을 것이다. 여야는 김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민생안정과 정치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