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국민생활과 통계 .. 김병일 <통계청장>

전통적으로 우리민족은 넉넉한 심성을 지닌 탓인지 숫자에 관한한 두루뭉실한 개념을 가져 온 듯하다. 물건을 살 때 "두서너개 주시오"라는 말을 흔히 들었다. 이런만큼 의사결정시에 정확한 통계수치를 근거로 삼기보다는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가 비교적 단순했던 시기에는 이러한 결정방식으로도 그런대로 가능했었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현상이 복잡해지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게 되어 이제 통계는 정부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없어서는 안도리 기초판단자료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와 밀접한 통계는 조사원이 가구나 상점, 공장등을 직접 방문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는 조사자와 응답을 해주는 국민들의 공동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민주화가 진전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가정에서는 사행활 침해를 이유로,기업에서는 사업의 비밀보호를 내세워서 응답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독신자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조사원이 헛 걸음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통계조사원의 어려움도 문제이지만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정확하고 신속한 통계작성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수한 인력과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질 좋은 통계를 제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통계작성을 위해 개별적인 불편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조사에 잘 응해 주는 응답자, 특히 표본으로 선정된 가구나 기업체에 대하여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아직까지 응답을 잘 안해주는 분에 대한 설득을 더 해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용하는 통계가 잘 작성되면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