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중국 국영사 '재벌' 변신 몸부림

[ 본사특약 독점전재 ]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덩샤오핑 (등소평) 사망이후 국영기업에 대한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개혁방안중 요즘 주목을 끄는 대목은 국영기업의 일부를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으로 육성할 목적으로 "재벌 (대기업그룹)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11만8천여개에 달하는 국영기업을 산업별로 추려 이중 1천여개사만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나머지 11만7천여개의 국영기업들은 파산을 하든, 다른 기업에 매각되든간에 시장원리에 맡긴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기업정책을 수립하게 된 배경은 "큰 게 좋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본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세기에 이들 거대기업들과 싸워 살아남으려면 자국기업들의 "재벌화"가 불가피하다고 중국정책입안자들은 보고 있다. 사실 대기업그룹 육성정책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의 기업인들과 관리들은 미쓰비시나 도요타처럼 산업별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을 마음속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계열사간의 상호보증을 통해 은행대출규모를 늘리고 부품과 완제품을 서로 구매해주는 기업구조는 가장 이상적인 "해답"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대기업정책의 실질적인 모델은 한국의 현대 삼성 대우같은 대기업그룹들이다. 중국기업인들과 정부관료들은 수차례에 걸친 한국방문을 통해 "가난한 나라를 30년만에 잘사는 국가로 변화시키고 스스로 다국적기업으로 탈바꿈"한 한국의 대기업그룹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기업그룹화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은 지방정부나 고위관료들이 지분참여나 국영사업권 보장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재벌화를 꿈꾸고 있는 "시틱 퍼시픽"만 봐도 그렇다. 이 회사의 오너는 중국부총리의 아들인 "래리 영"이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힙입어 시틱은 발전소를 비롯해 유료도로 에어라인 쇼핑몰에까지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이 회사는 현재 홍콩주식시장에 상장,주식가치만 무려 1백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지방정부중에는 상해시가 국영기업의 대기업그룹화를 가장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0년전 독일 폴크스바겐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상해기차는 상해시가 역점적으로 재벌기업으로 육성해온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의 중국내 시장점유율은 현재 50%를 웃돌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세계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미국 GM과 손잡고 투자비만 16억달러에 달하는 자동차공장을 건설중이다. 폴크스바겐과 GM을 서로 경쟁시킴으로써 이 회사는 GM측으로부터 자동차생산기술을 이전받아 21세기에는 독자모델로 세계시장에 뛰어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상해시는 또 아시아 상업중심지로서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서방자본의 유치를 적극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NEC가 상해에 최첨단 마이크로칩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상해시 관리들은 21세기에 "포춘지 5백대기업"에 속하는 10여개의 대기업그룹을 육성시킨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런 일을 기업스스로에 맡기기보다는 아직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중국정부의 의도로 탄생하게 될 대기업그룹은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가. 상해기차의 경우를 보면 일본의 도요타보다는 한국의 삼성과 같은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해기차는 지난4월 컬러TV등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2개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요즘에는 상해최대의 택시운수업체인 다종(?) 택시를 사들이는 일을 검토중이다. 이 택시회사는 상해지방정부가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택시운수업체이면서도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자동차서비스센터 렌터카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다종택시는 지난해 매출 2억3천6백만원에 순익 1억1천만원 (1천3백만달러)을 거둬들일 정도로 사업전망도 밝은 편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대기업그룹화가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중국정부가 깊이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관여해 어느 편을 들 경우 기업들의 "비즈니스 열정"은 식게 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더더욱 기대할 수 도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