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구조조정은 시장자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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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한 삼성자동차의 내부보고서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7일 기존 완성차 6개사의 대표자회의를 열고 반박성명을 냈으며 특히 기아자동차는 법적 대응까지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해전 적지 않은 반대를 무릅쓰고 자동차산업에 신규진입한 삼성이 관련기업의 피해의식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보고서내용을 유출시켜 물의를 빚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느냐 보다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추진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산업계는 이번 파문이 구조조정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시장의 포화및 수출둔화로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오는 2000년까지 연간 자동차생산능력을 6백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아래 세계각지에 공장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내수부진을 수출증대로 만회하는 한편 규모의 경제로 현재의 어려움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자동차시장의 공급과잉이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오는 2000년에 전세계 자동차생산능력이 8천만대에 이르는데 비해 수요는 6천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판매부진에 의한 조업단축과 공장폐쇄, 그리고 인수합병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경우 기술력과 자본력 고객인지도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내업계가 큰 어려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자칫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특혜시비를 불러오기 쉬운 만큼 구조조정은 시장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여건조성에만 힘써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산업및 유통업계의 구조개편을 서두르는 한편 세법과 관련법규의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부품업체와 특정 완성차업체간의 폐쇄적인 납품구조가 부품업체의 대형화를 막아 원가부담을 높이고 부품개발을 어렵게 하며 불공정거래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국내 완성차업체의 협력업체수는 일본에 비해 2배이상 많으며 전속거래비중은 평균 62%로 3배이상 높다. 따라서 부품거래를 개방구조로 바꾸기 위해 서로 다른 차종간 부품표준화및 단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차량모델수를 줄여 개발비부담을 최소화하며 선진국처럼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하나 시급한 과제는 자동차 판매점을 대형화하고 복수 딜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본사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판매대리점 체제로는 밀어내기와 덤핑같은 불공정거래를 막을수 없고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