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35) 제3부 : 환상의 커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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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웅이 사우나속으로 들어가 땀을 빼고 있는 그 순간, 영신은 남편인 윤효상과 비정하게 마주앉아 있었다. 혐오감과 실망만이 충만한 대치다.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인가 나와의 문제를 결론내고 왔어?" "그래요. 나는 미스 리의 말을 믿으니까요. 그 애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 아가씨가 거짓말을 했다고는 차마 믿지 못했을 거야" "당신과 미스 리의 관계는 거의 3년이나 됐다면서요?" "그렇지 않아.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하지?" "적어도 미스 리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믿어요" "그야 나하고의 사이를 빌미로 우리 사이에 끼여들어서 나하고 결혼하고 싶은 거야. 미스 리가 얼마나 독종인지 당신같은 낙천주의자는 상상도 못 해" "결혼을 안 해 주겠다는 뜻인가요?" "그야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거짓말을 자꾸하면 더 치사해져. 그리고 미스 리는 더 이상 아이를 뗄 수가 없다고 했어요. 아이를 원했으면 아이를 낳고 떳떳이 살아야 될 것 아닌가요? 그 애를 그렇게 이용할 건가요? 젊은 몸을 엔조이 했으면 책임져 줘야지요" "그 애는 우리에게 애가 없으니까, 그 약점을 이용해서 나하고 결혼하려는 거야" "어쨌든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됐고 미스 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아주려고 해요. 사랑하니까요" 그러자 윤효상은 머리를 휘휘 내저으면서 변명을 더 늘어놓는다. 얄밉고 교활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인다. "나는 그 애가 애를 낳아주면 그것으로 대만족이야. 그 이상 원하는 것은 없어" "그것은 당신의 생각이야. 나는 미스 리가 아이를 낳아주는 기계로 이용되는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 그런 구역질 나는 술수 쓰지 말고 어서 미스 리와 결혼해줘요. 두말 없이 이혼해줄 테니까. 내일이라도 법원에 가요" "누구 마음대로?" 비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면서 윤효상은 발광한다. "춤에 미쳐서 돌아다녀도 다 참아 주었어. 그리고 젊은 남자애들과 바람피우고 다녀도 모른척 했어.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나와 끝내겠다고? 나도 나이가 이제 40이 넘었어. 연상의 여자와 살면서 내가 얻은게 뭐야? 영신이 네가 잘 사는 집 딸이래서 내가 얻은게 뭐냐구?" "그럼 아버지 재산을 보고 나와 결혼했어요?" 그녀도 지지 않고 그의 비겁함에 칼같이 덤벼든다. 날더러 위자료를 내라는 건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