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 강신재 <전 도봉구청 재무국장> .. '오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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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하고 전화기를 들면 "신일이냐, 별고 없나? 이번 주말에 어데 가야지"하는 그 누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랫전에 신재로 개명을 했지만 여전히 입에 익은 구명 그대로 나를 부르고 있는 초등학교 동기동창이,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주말의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것이다. 이러한 연락 전화는 요사이 와서 부쩍 열심이다. 이는 나아가 먹어감에 따라 60년 지기인 발가벗은 흉허물없는 우리 모임의 친구들이 옛날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들의 우정 탓일 것이다. 이 친구들은 정확히 말하면 경남 의령초등학교 34회 재경동창들이다. 윤선도의 오우가가 부러워할 다섯인 (오우인)의 모임이다. 아직 정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노익장의 박영대군 (전 수산청기획예산담당관), 그리고 식품업게에 30여년을 몸담고 있는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박정환군 (한국식품연구소장), 부부가 아직 교육계에 종사하고있는 거구의 최창균군 (상도중학교장), 우리의 모임에 제일 열성을 보이고 있는 영국신사 정현석군 (대우자동차 의료보험조합 사무국장)과 필자 등 다섯명으로 아직 현직이 과반수이지만 금년말이면 OB가 과반수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모임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여태껏 주말이면 부부가 함께 한 십우인이 가까운 비봉과 소요산,광덕산을 자주 등반했고 약암 신북 일동 온천장 등을 다니면서 건강과 친목을 다져왔다. 그리고 멀리는 설악산 오대산 대둔산 지리산 등을 다녀왔으며 가고오는 도중 그 고장의 독특한 음식등도 먹어보았다. 앞으로는 월조소남기의 심정으로 우리고장을 답사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 (897m)을 다녀왔다. 우리들이 자란 고장의 산 정상에서 울렸던 환호성은 영원히 잊지못할 것이며 언제나 향리의 꽃향기, 새소리를 따뜻한 모정처럼 소중한 정서로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곽재우장군과 휘하의 17장령들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켜 왜적과 싸워 승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한 사당인 충익사도 참배하였다. 앞으로는 남강변 벼량위에 탑모양을 닮은 천연바위인 탑바위,기암괴석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봉황대와 통일실라시대 창건되었다는 유학사, 수도사 등의 명소도 우리들의 즐거운 여행 목적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중기계획으로 우리의 공동휴식처를 마련할 것이다. 늙어 흙의 맛을 만낀하고 건강도 다지고 우리 우정을 영원히 꽃피울 장을 꼭 마련할 것이다. 그때를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건강하게 서로 전화를 열심히 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