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브레스드 오프' .. 광부 밴드 희망의 팡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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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대부분 영화의 성격을 규정 짓는다. 폐쇄되는 탄광, 사창가, 3D업종의 작업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거의 예외없이 현실 비판적이고 암울하며 비관적이다. 대다수 감독은 이런 개념을 벗어나지 않고 따라서 간혹 틀을 깬 영화가 나오면 주목받는다. 영국 영화 "브래스드 오프" (감독 마크 허만)는 이런 일탈성 작품이다. 배경은 영국 요크셔 지방의 가상도시 그림리. 80~90년대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폐광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광부들의 어려움과 절망을 소재로 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담아 냄으로써 결코 어둡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광부들이 온몸에 탄가루를 묻히면서 일하고 나와 휘파람을 불며 샤워한 다음 산뜻한 보라색 단복을 갈아입고 나팔을 불어대는 모습이 처음에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다가 차츰 정감있게 보이는 것은 이 영화의 의도가 성공했음을 말한다. 92년 정부에서 탄광의 경제성을 조사하고 있을 때 그림리의 광부 밴드는 전국대회에 대비해 열심히 연습한다. 악장 대니 (피트 포슬스웨이트)와 젊은 광부 앤디 (이완 맥그리거) 등 단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누르지 못한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폐광결정이 나고 단원들이 갈피를 못잡는 가운데 악장 대니가 쓰러진다. 그러나 혼란을 수습한 밴드는 전국대회에 나가 전력을 다해 연주하고 우승한다. 물론 밴드의 우승이 닫힌 광산을 열 수는 없지만 영화는 커다란 환희를 맛본 사람들이 힘찬 새 출발을 하리라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폐광과 밴드얘기는 실화로 요크셔지방 그림도프광산 밴드가 직접 출연했다. 곳곳에 등장하는 서민들의 걸쭉한 농담이 "딱딱한 모범답안"으로 흐를 가능성을 차단한다. 영국민요 "대니 보이"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등 귀에 익은 음악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7월5일 호암아트홀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