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기아그룹의 자구노력

가아그룹의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를 비롯 총7천9백50억원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하는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23일 재경원을 방문, 강경식 부총리에게 이같은계획을 보고하고 금융권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의 긴 터널속을 헤매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지않는기없은 없다. 그러나, 기아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김선홍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기아그룹은 수출규모 성장성 등으로 미루어볼 때 경영상 문제가 없는데도 자금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음해성류머 때문에 재2금융권에서 자금회수에 나서 기아그룹전체가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지난 4,5월 두달동안 제2금융권에서 몰려온 자금회수 규모만 해도 무려 4천2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빨리 자금을 회수하면 어떤 대기업인들 버틸 재간이 있겠느냐는게 기아그룹의 항변이다. 실제로 기아는 최근 계열사 및 부품협력업체에 물품대금으로 발행한진성어음의 할인을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는 이런저런 악성루머가 횡행하고 있다. 언젠가 어떤 한사람의 장난기섞인 말한마디로 예금인출 러시가 나타나 신용금고가 파산지경에 이른적이 있듯, 특히 악성루머는 그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기관이 이런 루머에 덩달아 자금회수에 나섰다면 그것은바로 특정기업 죽이기로 이어질수 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기아의 어려움이 금융권에 유포된 자금악화설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론등 악성루머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설명될수 있는 것은아닐 것이다. 기아그룹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내부에도 있다고 보고경영혁신운동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세계 각국의 기업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산성향상, 경쟁력제고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기아의 자구노력도 이런 맥락이라면 평기될수 있을 것이다. 기아의 자구노력에 따라 경영자금이 마련된다면 자금난에 대한 세간의 불신은 씻겨질수 있겠지만 광주의 공장부지등 부동산이 쉽게 매각될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다. 비록 자금마련이 순조롭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기업경영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비용의 최소화와 제품과 서비스의 고급화전략이 성공할수 있어야 버틸수 있다. 그러한 전략을 쓰는 기업에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여신행위가 물흐르듯 뒤따라야 한다. 기업의 자금난은 기업이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뿐 자금난으로 모든 어려움을 설명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살길은 노사가 합심, 회생노력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달려있다. 기아그룹에 자금마련계획과 함께 조직을 새로이 정비, 과감한 경비축소, 획기적 인력합리화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평가하고자 한다. 기아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이런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