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쟁점] (13.끝) '처리방향'..당초안 수정 불가피

지난달 30일의 원로모임을 계기로 정부는 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독체제개편에 대한 당초 방안을 수정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이해당사자인 한국은행이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데다 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 한은총재등 4인회의 당사자들이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자리에서 전한은총재와 학계및 관계출신인사등 17명의 원로들이 많은 부분에 대해 반대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총론에는 찬성하는 단체나 전문가들도 일부 각론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만든 원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있다. 한국은행과 한은출신인사들은 대부분 한은으로부터 은행감독원을 분리하기로한 정부안의 골격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사회단체중에서 한은법개정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은노조가 가입해있는 민주노총도 한은을 지지하고있다. 그러나 대형시중은행을 비롯해서 감독을 받는 처지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많이 포함된 금융기관노조연맹은 감독체제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원로모임에서도 감독체제통합에는 찬성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져 정부는이부분만큼은 손대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려던 물가책임제에 대해 정부는 금통위의장이 물가이외의 사유로 해임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원로들의 반대주장이 워낙 강해 삭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안의 총론에 찬성하고 있는 금융노련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바있다. 한은 입장에 가까운 경실련은 통화신용정책의 오류로 물가가 올랐을때 국회가 한은총재의 해임을 요구할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재경원과 금통위의 정책협조에 대해서는 재경원장관의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장겸임을 폐지하고 재경원차관의 금통위 참석도 불허했지만 원로모임에서는 재경원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않았다. 정부는 이에따라 재경원장관의 의안제안권 등 일부를 삭제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의 한은내부기구화에 대해서는 한은측 인사들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전문가및 관련단체들은 이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 원로모임에서도 주로 전 한은총재들이 이같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부총리도 실제 내용상 차이가 없지 않느냐며 재검토를 지시해 놨지만 실무자들은 법률 체계상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의 상당부분을 수정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중앙은행 개혁을 달성한다는게 정부고위층의 결심이기도 해서 한은독립문제는 정부측이 의외로 상당한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가 어떤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이번 회기중에 중앙은행법의 국회통과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한은설립이후 끊이지 않았던 해묵은 논쟁거리에 대해 처음으로 관련기관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고할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된 것은 재경원이 갖고 있는 오만과 유아독존적 태도, 한은의 집단이기주의적 태도와 방만한 관리등으로 인해 금융개혁 논의가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되고만 대목은 당사자들이 되새겨 봐야할 부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