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컴퓨터] 김정태 <동원증권 사장> .. '컴퓨터마니아'

동원증권의 김정태 사장은 증권업계 사장단에서 대표적인 컴퓨터마니아로 불린다. 유니텔에 들어가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대화방에서 젊은이들과 채팅을 즐긴다. "요즘 젊은이들이 통신예절이 없다"고 질책하면서도 젊은 사람만 골라 바둑대국을 즐길 정도로 "젊음"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두렵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정보화 없이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 배우기에 나섰습니다" 김사장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이 개설한 최고정보경영자과정에서 우수상을 받고 졸업할 정도로 컴퓨터 만학에 열성을 보였다. 김사장의 이같은 컴퓨터 마인드는 동원증권이 요즘 증권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나가는 이유의 하나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2년째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동원증권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한 영업력 증대. 이회사는 지난해 임직원의 절반 정도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자리에 앉아 고객이 오기를 기다릴게 아니라 각종 데이터와 통계를 갖고 잠재고객을 찾아 나서라는 취지에서였다. 고객관리에 필요한 각종 일정이나 수익률변화내용등을 자동처리토록 프로그램해놓고 상담에만 열중토록한 결과 영업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반 업체들에 정보화나 전산화는 자신들의 업무처리 간편화를 위해 도입하는거라면 증권사의 전산화는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김사장이 직원에게 노트북을 나눠준 것은 금융기관에 정보화야말로 영업력과 직결된다는 지론에 따른 것. 고객들의 자산을 맡아 투자해주고 수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지 일상업무를 편하게 처리하기 위해 전산화에 나서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직원들뿐 아니라 김사장 자신도 사무실과 집에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을 각각 1대씩 갖추고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전국의 지점은 물론 런던 홍콩등의 현지법인 및 지사들도 통신망으로 연결해 전자결제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일찍부터 전산화에 나선 때문인지 동원증권의 국제영업부장은 홍콩에 있으면서 국내 업무를 처리할 정도. 올 4월부터 컴퓨터통신을 통한 홈트레이딩 (주식재택매매제도)이 시행되면서 조만간 가상공간에서 사이버증권사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하는 김사장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홈트레이딩을 매개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금융전산망에 가입해 은행 보험등 모든 금융기관 점포의 계좌를 통해서도 주식을 사고 팔수 있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곧 닥쳐올 금융기관 통합에 앞서 전산망통합부터 이뤄 다른 증권사들보다 한발 앞서가겠다는 것이다. 정보화마인드로 무장한 김사장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