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행정부실이 빚은 농민피해

지난 13일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소매허용여부를 둘러싸고 발생한 중도매인들의 저가담합경매는 일과성 사건으로 볼수도 있지만 앞으로 신설될 크고 작은 도매시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될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달 9일 개장이후 묵인돼오던 중도매인들의 소매행위를 시장관리공사측이 금지하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반발한 중도매인들이 이날 경매에서 오이등 농산물을 가락동시장 거래가격의 1백분의 1수준으로 낮은 값에 담합응찰, 결국 생산농민들이 씨앗값도 못 건지는 헐값판매를 감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농림부차관 주재로 서울시 구리시 관리공사 관계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출하농민의 손실을 도매시장법인이 보상해주고 소매상의구리이전촉진을 위해 청량리 시장을 거래제한지역으로 고시하는 동시에 시장법인인 동부청과(주)의 법인지정도 이달말로 취소키로 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는 것같다. 이번 사건은 우선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기이전에 시장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중도매인들이 농민들의 생산물을 담보로 이권확보를 위한 입찰횡포를 부렸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고 특히 소매단속에 항의해 도로검거 시위와 사무실집기 파괴등의 폭력적수단을 동원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제도적으로 금지된 소매행위를 시장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않았다는이유로 허용해 줘야한다는 것은 불법을 묵인하라는 것으로 무리한 요구임에 틀림없다. 중도매인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불법적 항의행위나 힘없는 농민들의 생산물을 담보로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는 극단적 행위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할 줄 안다. 오히려 청량리 소매상이전촉진등 조속한 상권형성을 위해 여러가지 대책마련을 서둘러 보다 근본적인 생활터전을 일궈나가는데 힘써야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들 중도매인들의 주장도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경락받은 농수산물을 처리해야할 소미사장이 개장도 안돼 대다수의 중도매인들이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은 원천적으로 시장관리당국에 그 책임이 크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당초의 약속대로 청량리시장내 청과시장이 입주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매시장기능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있다한다. 이렇게 된데는 관계기관간의 업무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청량리시장법인의 취소조치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누가보아도 뒷북행정이 아닐수 없다. 대규모 사회간접시설의 건설과 운용에 보다 치밀한 사전 사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더 큰 문제로 주목하는 것은 중도매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담합입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엄청난 부정비리발생의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철저한 대비책마련이 절실함을 아울러 지적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