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하이라이트]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청소년의 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년부부의 성문제를 스스럼 없이 연극화 하고있어 관심을 끈다. 화제극은 극단 이다가 6월11일부터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섹스코미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과도한 직장업무가 건강한 부부생활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주제다. 무대는 법정. 원고는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직장에 남편을 빼앗겨 "생과부"가 돼버린 유경자. "주부의 성권"을 요구하며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유경자는 남편과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계속했으나 남편이 실업자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면서 침실로부터 소외된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과의 동침이 1년동안 이뤄지지 않자 소송을 낸 것이다. 남편회사의 고문변호사인 명변호사는 뛰어난 언변으로 유경자를 섹스중독증 환자로 몰아간다. "성욕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가" "하루에 몇회를 원하는가" "남편 정력보충을 위해 뱀을 먹이는게 정상적인가" 등의 질문으로 원고를 변태성욕자로 취급한다. 그러면서 직장일로 인한 불완전한 성생활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명변호사와 유경자의 설전이 이어진다. 이 공방을 통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부부간 성문제가 낱낱이 해부된다. 낯뜨거운 장면은 희화화돼 처리된다. 만화가 박재동씨의 부인 김선화씨와 영화 "코르셋"의 이혜은씨, 신인 임상희씨가 유경자역을 맡고 명계남 박진영 김동곤씨 등 중견배우들이 변호사와 판사역을 소화한다. 자칫 저질코미디로 흐르기 쉬운 극이 이들의 능수능란한 연기로 "의식있는 코미디"로 균형을 이룬다. 엄인희 작.연출. 오후 4시30분, 7시30분. 금요일엔 주부를 위한 특별공연이 마련된다. 문의 762-0010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