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중소기업과 공동브랜드..박삼규 <중진공 이사장>

우리 속담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소한 일이라도 함께 하면 수월하고 작은 힘도 모으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힘을 모아 공동생산 공동판매 공동기술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공동 브랜드사업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소기업 제품들은 대기업의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음료수나 전기제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제조원은 중소기업, 판매원은 대기업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많다. 이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버는 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손기정 선수는 베를린 마라톤에서 어쩔수 없이 일장기를 달고 출전하여 우승하였으나 그 영광은 동아일보사가 태극기를 그려주어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제 중소기업도 더이상 꼭두각시가 아닌 자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도 요즈음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자저울을 생산하는 카스나 줄자를 생산하는 코메론과 같이 독자적인 상표로 성공한 예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인천지역 소재 금속제 주방용품을 제조하는 8개사가 "로자리안"이라는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원자재의 공동구매, 공동물류창고 및 공동판매장을 설치하는 등 중소기업간 협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값싼 중국제품에 빼앗긴 해외 양식기시장을 되찾기 위해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공동브랜드를 갖고 나선 일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브랜드는 곧 제품이요, 기업 이미지이며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고리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브랜드가 제록스나 워크맨과 같이 일반 명사화될 그 날을 작은 기업들의 힘모으기 "공동브랜드"로 앞당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