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엘 니뇨' .. '불청객'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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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특약 독점전재 ] 최근들어 구미지역의 대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엘 니뇨(El Nin''o)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엘 니뇨는 "아기 예수"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페루와 에콰도르해역의 난류로 매년 크리스마스시즌에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어 인근 어부들이 이 해류의 이름을 "아기 예수"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크리스마스 난류가 흐르면 어류가 격감하기 때문에 엘 니뇨 출현과 동시에 어부들은 출어를 멈추고 크리스마스 휴식에 들어간다. 현대에 들어서 엘 니뇨는 확대 해석된다. 길게 잡으면 7년, 짧으면 2년주기로 나타나 해수면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큰 해류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보통 여름철에 태평양에 나타나 22개월정도 지속되는 "생명력"있는 이상 해류로 지구촌 기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이같이 가공할 엘 니뇨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위성의 해수면 온도측정 등을 통해 엘 니뇨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이 밝혀져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엘 니뇨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지는 바다의 범위는 긴 띠 형태로 태평양 중앙해역에서 페루 및 에콰도르연안까지 이른다. 엘 니뇨의 출현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해양 및 대기의 순환메커니즘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원래 태평양은 바다 위층의 미지근한(상대적인 기준) 물이 수증기로 변해 대기속으로 퍼져 올라가고 바닷속 깊은 곳에 있는 찬 물은 위쪽으로 올라오는 순환을 통해 정상 온도를 유지한다. 이 열순환에서 물흐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태평양의 동쪽(아메리카대륙쪽)에서 서쪽(아시아대륙쪽)으로 부는 무역풍이다. 무역풍이 바다 위층의 미지근한 물을 바람 방향대로 서쪽으로 밀어낸다. 자연히 아시아 쪽에 미지근한 물의 층이 두꺼워진다. 자동적으로 아시아쪽에서 고온 다습한 기층이 형성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다. 동남아지역의 강수량이 많은 사실은 이런 태평양의 열 순환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한편 태평양 서쪽인 페루와 에콰도르 앞바다에서는 미지근한 물이 무역풍에 떠밀려 서쪽으로 가는 순간에 바로 바다 깊숙한 곳의 찬물이 위로 올라온다. 이 한류는 플랑크톤이 풍부해 황금어장을 형성한다. 페루와 이웃 칠레해역이 세계 제일의 황금어장인 것은 이런 순환 메커니즘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동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세력이 일시나마 약해질 때 발생한다. 정상적인 태평양의 열 순환 메커니즘이 깨어지고 바로 엘 니뇨가 출현하는 것이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동쪽의 미지근한 물이 서쪽(아시아해역)으로 밀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역류할 수도 있다. 자연히 서쪽에서는 바닷속의 찬물이 치솟아 올라올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태평양의 열이 순환되지 못하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 니뇨 현상이 빚어진다. 이렇게 되면 페루나 에콰도르 및 칠레쪽의 미지근한 물이 그대로 머물러 이 아메리카연안에서 고온 다습한 기층을 만들어 비를 뿌린다. 정상 순환대로라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야 할 현상이 남미 연안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또 한편으로 아시아쪽은 예년에 비해 고온 다습한 기층이 얇아지고 비구름 부족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심각한 문제는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의 기압차이가 작아짐에 따라 무역풍은 한층 더 약화되고 엘 니뇨가 장기화된다는 점이다. 또 남미의 때아닌 홍수와 아시아지역의 건조한 기후가 지구촌의 다른 지역 기상체계를 흔들어 세계적인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기상학자들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져 엘 니뇨가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원인을 캐내지 못했다. 대신 엘 니뇨의 발생시점이나 예상되는 지역별 기상이변에 대한 연구에서는 큰 진전을 봤다. 기상학자들은 금세기 최악의 엘 니뇨로 기록된 82~83년도 겨울의 기상이변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난감했었던데 충격을 받아 엘 니뇨 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분석틀을 만들어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엘 니뇨 감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해양대기국(NOAA)은 남태평양상에 수온과 해풍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70개의 부이를 띄웠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마크 케인 교수와 스테판 제비악 교수는 NOAA 부이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해양 대기 순환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상예측연구소(IRI)의 니콜라스 그래함 박사는 엘 니뇨의 발생 시점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그래함 박사는 또 엘 니뇨를 일으키는 무역풍 약화의 근본 원인 규명에 단초가 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양에서 매달 또는 2개월 주기로 나타나는 "성난 율리우스"라는 이름의 큰 파도가 무역풍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분명한 사실은 태평양상에서 페루앞 수면의 온도가 예년 수온보다 4도나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수온차는 아주 강한 엘 니뇨가 지구촌에 출현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무역풍의 바람이 거꾸로 불어 엘 니뇨에 대한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역풍의 역풍은 지난 82년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인류가 82~83년도 겨울의 엘 니뇨때처럼 무방비 상태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동안 발생시점 예측과 지역별 기상이변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또 각국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와 남미국가들은 엘 니뇨를 감안해 농작물 파종시기를 조절하고 있으며 페루와 칠레 등은 홍수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금세기 최악으로 기록돼 있는 82년 겨울의 "아기 예수"에 버금가는 엘 니뇨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 피해는 예상 밖으로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