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인 서울 매거진' 편집장 김은씨..기존매체와 차별

"문화 게릴라여. 기성을 테러하라" 김은(28)씨. 그녀는 국내 스트리트 페이퍼 업계의 선두주자격인 "인서울 매거진"의 여성 편집장이다. "짜증나는 정치, 엿가락처럼 꼬인 경제문제는 따분해요. 젊은이들이 원하는솔직한 문화를 담아내는 것이 편집방향이죠" 김씨는 기존 신문이나 TV를 보고 있자면 "삼복더위에 불을 땐 방"처럼 열불이 터진다고 한다. 기존 매체는 똑같은 이슈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김씨는 "인 서울 매거진"의 출현은 이같은 기존 매체에 대한 일종의 테러라고 소개한다. 대중매체가 소홀히 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를 집중 조명하며 기존 매체의 영역을 하나씩 접수해 나가고 있다. 실력은 있으나 이름이 나지 않은 언더 뮤지션이나 가 볼만한 재즈바, 클럽,제3세계 영화등은 "인 서울 매거진"의 소재 1순위. 젊은이들에게 회자될 만한 얘깃거리를 우선 다룬다. 내용을 담은 그릇도 파격적이다. 화려한 편집,구어체식 기사, 나체가 등장하는 센세이셔널한 광고, 알기쉬운 소재등 잡지를 드는 순간 반응이 즉각 나타나도록 꾸몄다. "인 서울 매거진"은 젊은이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 콘서트홀, 대학로의 연극 공연장, 대학가 주변, 패밀리 레스토랑, 옷가게 등에 매달 5만부씩 무료로 뿌려진다. 94년9월 처음 선보인 후 36호까지 나오면서 기존 매체를 위협할 만한 가장대중적인 스트리트 페이퍼로 떠올랐다. 김씨는 "스트리트 페이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삶 자체가 기성과 관습에 대한끊임없는 도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 자신이 그렇다. 91년 입사해 6년동안 잘 다니던 광고대행사 AE(광고기획자)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좀 더 자유스러운 삶의 포맷을 찾기 위해서다. 여성지에서도 일해 보았다. 그러나 다른 기사를 베끼고 기존 포맷을 따라야 한다는 관습이 싫었다. 지난해 "인 서울 매거진"으로 옮길 때는 그동안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집안에서도 심하게 반대했다. 이름있는 직장을 마다하고 이상한 잡지사만 찾아 간다니 걱정이 안될리 없다. 그러나 김씨는 "이제서야 물을 만났다"며 좋아한다. 4명의 취재기자들과 함께 거리를 휘저으며 최고의 스트리트 페이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직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은 재즈클럽이나 포켓볼장,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에 간다. 젊음을 호흡하며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한번은 "보리빵"이란 별명을 가진 직원이 퇴사한 것을 "보리빵이 없어 서운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했죠. 그랬더니 독자들이 건빵, 튀긴 빵등을 보내와 한참동안 빵을 처치하느라 고생했어요" 김씨는 무가지이지만 이제는 상당한 고정독자층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 서울 매거진"이 소비와 왜색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한다. 이에대해 그녀는 "외국제품 광고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가지이고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기때문에 어쩔수 없다. 대신 가장 많은 문화정보를 주는 잡지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와 분명히 달라요. 감각적이고 비주얼한 언어로 잡지의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인 서울 매거진"은 분명 하나의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안착할는지, "철없는 젊은이들의 장난거리"로 전락할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