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작 사진

1965년 어느 여객기 조종사가 베네수엘라의 상공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이 공개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 되어온 "비행접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71년이었다. 사진전문가들조차도 가짜임을 알수없게 교묘히 조작되어 6년동안이나 세상을 한껏 우롱했던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B 로이 프리던 박사가 이 사진을 면밀히 조사 분석한 뒤 비행접시의 모습이 원거리의 물체로선 너무 선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카라카스의 한 사진기술자가 항공사진 위에 단추를 놓고 재촬영하여 UFO사진을 만들었다고 고백하고 나섬으로써 그 진상이 밝혀졌다. 이와같은 사진위조기술은 사진의 촬영과 현상기술이 시작된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개발되었다. 기록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사진 필름원판이 이중노출되었을 때 한 사진에 다른 영상을 첨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뒤 그것이 위조기술로 발전했던 것이다. 일반사람들이 사진제작기술의 실제를 잘 알지 못했던 시대에는 그렇게 조작된 사진들이 일시적이긴 했지만 진짜 행세를 했다. UFO 이외에도 유령이나 요정, 허공에 뜬 사람이나 비행기 모형 등의 사진들이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사진조작기술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거의 마법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컴퓨터 영상처리로 불리는 이 전자기술은 사진에 있는 어떤 형상이라도 흔적없이 지워버릴수 있고 또 사진에 없는 어떤 형상이라도 자연스럽게 보완하거나 추가시킬수 있다. 이것은 사진의 모든 미세한 요소들을 기억시켜 재구성하는 첨단기술이다. 며칠천 영국에서는 "미러"라는 대중지가 다이애나 전왕세자비의 밀애에 관련된 사진을 컴퓨터로 조작해 게재했다가 그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같은 신문사의 일요판 신문인 "선데이 미러"와의 과열경쟁이 빚어낸 사건이라는데 관심이 가게 된다. 언론의 이러한 "치부"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