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골프컨트롤] (150) '먼저 치는 찬스' 살려야 강자

97 필립모리스 아시아컵 골프대회 최종라운드 (24일, 우정힐스CC)최종홀에서의 박노석(30)우승 퍼트에는 골프의 모든 것이 응축돼 있다. 이날 박노석과 박남신은 8언더파의 공동선두로 18번홀에서 각각 7m와 6.5m 버디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가까울수록 좋은 게 골프"라 하지만 두 선수의 거리 차이가 불과 50cm라면 박노석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두 선수의 퍼트는 사실 들어갈 가능성 보다는 미스할 확률이 높은 거리. 바로 그 점이 "흐름상의 핵심"이었다. 먼저 치는 박노석은 "들어가면 우승이고 실패해도 기다리면 되는 입장". 만약 박남신의 버디퍼트 거리가 2-3m로 박노석보다 훨씬 가까웠다면 박노석의 부담이 한층 더 했을 것이다. 아마 박노석도 "먼저 들어가면 우승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역시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나 "먼저 치는 편안함"에 기인, "집중력이 압박감을 이겨내는 퍼팅"을 할 수 있었던 셈. 골프는 압박감이 "100%" 몰려 다닌다. 박노석의 버디퍼트가 떨어지자 박남신은 그 "100%"의 압박감을 혼자 떠 안아야 했다. 결국 골프는 혼자만의 게임이라기 보다 상대적 게임이며 적어도 퍼팅만큼은 먼 것이 언제나 불리한 것이 아니다. 박노석은 그 골프의 속성을 기막히게 이용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 능력이 바로 우승자의 덕목. 아마추어들도 "먼저 치는 찬스"를 즐기는 자가 바로 강자이고 승부사일 것이다. 골프는 언제나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반전 시킬수 있는 스포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