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관광] '제철 만난 과메기/피데기' .. 식도락가들 북적

"동해안 남부의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와 피데기를 아십니까" 포항 구룡포 감포일대의 식당에서는 이달말부터 과메기를 내놓기 시작하고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이것을 맛보기위해 몰려든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중순부터 설밑까지 동해안의 감포나 구룡포 등 해안가에는 꽁치나 청어를 널어 말리는 과메기덕장이 펼쳐진다. 과메기는 겨울철에 잡히는 청어나 꽁치를 추위와 해풍에 말린 동해안어민들의 토속식품. 냉장고가 없어도 생선을 저장해 먹었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지혜와 미각살리기 전통 비법을 엿볼 수 있는 식품이다. 예전에는 청어를 바닷바람이 스미는 처마밑에 매달아 말려 먹거나, 뱃일을 나가는 어부들이 겨울바다에서 먹기위한 보관용 영양식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겨울 동해안의 민속식품이었던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3~4년전부터다. 겨울철이면 포항의 죽도시장이나 동해안 해변가 과메기 덕장에는 전국에서 온 건어물 상인들로 붐빈다. 인스턴트식품이 판치는 시대에 사람들은 토속음식을 맛보며 저마다의 향수를 달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겨울철 동해안 관광객들에게 대게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토속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옛맛을 간직하고 있는 청어 과메기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한창 추운날 구룡포항에 나가보면 대규모로 말리고 있는 덕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청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과메기라고 해도 꽁치를 말린 것이 대부분이다. 구룡포항은 겨울철이면 꽁치잡이 어선들이 항구를 가득 메워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된다. 부둣가에는 배에서 부려내는 꽁치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과메기는 구룡포산을 으뜸으로 친다. 포항이나 감포의 과메기취급업소들도 대부분 구룡포 과메기가 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손님을 끌고 있을 정도다. 그 이유는 선도 높은 꽁치를 사용하는 데다 맑고 깨끗한 물로 씻어 매연 분진 등 대기오염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에서 건조시켜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타지역에 비해 오랜 건조경험이 있어 독특한 구수함이 더 한다. 바닷바람을 이용해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기술 또한 다른 곳에 비해 한수 앞선다고 한다. 일교차가 큰 것도 과메기를 말리는데 좋은 조건이다. 과메기는 그늘에서 15일 정도 말려야 제맛을 낸다. 과메기는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격이다. 감포농협 앞에 위치한 송도식당(0561-44-3161)에서 겨울철의 별미 과메기를맛볼 수 있다. 과메기는 머리와 창자를 떼내고 껍질을 벗겨 생미역에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여기에 풋마늘과 배추머리, 냉이뿌리를 곁들이면 입맛이 되살아나고 스태미너도 보강된다는 특식이다. 송도식당 주인 이석만씨는 "요즘엔 식성에 따라 김장김치나 마른 김에 싸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메기요리는 20마리 1두름에 1만원정도면 사 먹을 수 있다. 사가지고 갈 경우는 1두름에 5천원이면 된다. 구룡포항 일대는 "오징어 관광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값싼 물오징어를 사기위해 평일에도 부산 마산등지에서 관광객들이 매일 2백~3백명씩 찾아온다. 이 곳 오징어는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다 거제 먼 바다나 대마도부근 해역에서 우리나라 채낚이어선 3백여척이 잡아온 것으로 구룡포항 새벽은 오징어 어선들로 붐빈다. 오징어의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 음력 시월과 동짓달. 오징어를 건조대에서 말리는 모습도 장관이다. 이 곳에서 많이 거래되는 오징어는 덜 말린 오징어로 "피데기"라고 불린다. 피데기는 오징어의 일종인 피등어에서 유래한 경상도지방 사투리로 본래의 이름과는 달리 지금은 완전히 말리지 않은 오징어를 지칭하는 말로 이 지방에서 통용되고 있다. 마른 오징어가 수분함유율 5% 이내로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이 먹기에 부적합하고 위에 부담을 주고 있어 소비량이 줄어들자 이곳 수협에서 새 상품으로 개발한 것. 피데기는 맑은 일기에서 2~3일간 말려 수분함유율이 30%이상인 오징어를 말한다. 그래서 6~7일간 건조시키는 마른오징어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또 섭씨 2~3도의 냉장상태에서 2개월이상 보관이 가능해 장거리유통에도 어려움이 없어 전국 어디서나 피데기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여행메모 ]]] 경북 영일만의 장기곶에서 해변을 따라 구룡포와 양포 감포에 이르는 바닷가는 특선 드라이브코스이기도 하다. 듬성듬성 늘어선 곰솔숲과 자갈해변, 자잘한 포구들이 겨울바다의 호젓한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특히 동해안에서 돌출한 장기곶은 매우 인상깊은 여행분위기로 깊은 추억과감회를 남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곳에는 동양에서 제일 큰 등대박물관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이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월미도등대에서 점등된 등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수집된 희귀한 항만관련자료 1백60종 7백1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구룡포에서 남쪽으로 45km 지점에 있는 감포에서는 바닷속에 자리잡은 문무대왕 수중왕릉과 쌀쌀한 날씨가운데서도 장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감은사지의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은 경주고속도로 경주IC로 진입, 경주 포항을 거쳐 31번국도를 따라가다 구룡포 어귀인 병포삼거리에서 장기곶일주도로(912번 지방도)로 빠져 구룡포~장기곶에 이른다. 한남대교에서 장기곶등대까지는 약 4백30km로 6시간 거리다. 31번해안도로를 따라 양포~감포~문무대왕수중왕릉~추령을 거쳐 경주로 회귀한다. 감포에서 겨울해변의 정취를 더 맛보고 싶은 사람은 울산쪽으로 난 해변도로로 내려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포항까지 경부선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포항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구룡포행 시내버스를 타면 30분후에 구룡포에 닿게 된다. 구룡포에서 대보행 버스를 갈아타면 20분뒤에 장기곶에 도착한다. 감포로 갈 때는 양포행 버스를 탄뒤 양포에서 다시 포항발 감포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